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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메시지_45] 착한 사람 증후군

  • 작성일2024-10-31
  • 작성자관리자
  • 조회수133
  • 첨부



수업에서 교수가 모의 협상을 진행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희귀 와인 한 병을 팔아야 한다.
판매자는 손해 보지 않는 최저 판매가가 400달러이고 많게는 1,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
한 학생이 협상을 시작하자마자 400달러를 제시했다.
교수가 물었다. “왜 금액을 그렇게 정했죠? 800달러나 그 이상을 불러도 되잖아요.”
“하지만 속여 팔고 싶지 않아요.”
“그건 속이는 게 아닌데? 속여 팔라는 얘기가 아니라고요.”
“800달러가 타당하다는 근거는 없어요.”
800달러가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는 충분했다. 상승세인 시가를 생각하면 사실 1,000달러도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교수는 다시 물었다. “400달러로 정한 이유가 뭐죠? 난 800달러 이상도 괜찮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어요.”
당황한 학생의 대답은 이랬다. “400달러면 손해도 안 나고 상대방을 속일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에겐 와인의 가치, 사실은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로 마음이 지배되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파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Mori Taheripour, ‘와튼스쿨 협상수업’ 中에서-





이 학생의 말에 감정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겁니다. 이 사례에는 미묘한 사회적 이유가 작용합니다. 학생이 가진 도덕적 프레임은 때로 상황의 본질을 숨기는 방패막이 역할을 합니다. 이 같은 태도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걸 방해합니다.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인정하기보단 상대방을 속이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는 게 쉽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마지노선을 정하는 걸 협상의 기본전략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의 거래는 못 했지만, 적어도 난 흥정 같은 건 안 합니다. 인간적인 거래를 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죠.” 이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여기에는 흥정을 하는 것이 인간성을 훼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친구 일 때문에 자기 일 못하는 사람, 힘들어도 눈치 보며 자리 지키는 사람, 부당한 요구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항상 남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착한 사람 증후군(nice guy syndrome)’입니다. 남의 말 잘 들으면 착한 사람이라는 강박관념이 원인입니다. 무조건 ‘예스’라고 하는 사람은 늘 양보하며, 언제나 밝고,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며, 거절하지 못하고, 실수하지 않은 일에도 사과를 합니다. 상대에게 불편을 주고 싶지 않고 서로 평화롭고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이 불편해지고 자신은 괜찮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 콤플렉스로 인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새에 주도권이 사라집니다. 타인의 시선에 잠식당하는 겁니다.

우리는 늘 협상하며 살아갑니다. 모든 협상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입니다. 협상이 인간의 감정이 배제된 행위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 중 하나.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누구에게나 협상은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리는 것이고, 자아를 건드림으로써 스스로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엇이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행위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치를 올바로 인식해야 제대로 된 협상 방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하면 스스로 의심에 휩싸여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가 정해지는 셈입니다. 자신의 가치에 확신이 있어야 의문을 품는 사람들 앞에서 더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협상에선 거절이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No! 그걸 거절로만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상대와의 대화 자체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합니다. ‘노’를 그냥 거절이 아닌 전체 대화의 일부에 해당하는 하나의 정보가 되고, 다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협상에선 그래서 감정 표현이 유리합니다. 진정한 교감과 교류에서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망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말과 표정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유대감을 형성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의 힘입니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로 정보를 숨기려 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고만 하면, 나와 상대방의 접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협상이 살벌한 경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최대한 숨기려고 합니다. 마치 카드 게임처럼 말입니다. 머릿속의 모든 생각과 숫자를 밝혀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정보를 통제하는 접근법은 상대방의 적대감과 의심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6일 우리 대학 활주로에서 열린 제1회 활주로축제 장면>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잠깐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 걸까. 개교 이래 국내 유일의 민간항공대학 지위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항공우주산업의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대학들과 신설 학과의 도전에 응전보다는 방어에 급급하다는 게 솔직할 겁니다. 지난 26일 우리 캠퍼스에서 열린 제1회 활주로 축제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려 행사를 진행한 KBS N측에서도 놀라워했습니다. 처음부터 자기 확신이 없었더라면 그 성공 역시 없었을 겁니다. 항공우주 연구와 교육의 영역에서 최강의 교수진을 보유하고도 스스로 의심에 빠져있다면, 400달러의 가격에 만족하는 학생의 콤플렉스처럼 그건 ‘착한 사람 증후군’입니다. 낡은 프레임은 깨야 합니다. 세계적인 우주 경제의 흐름과 항공모빌리티의 전환기에 외국의 대학들이 KAU를 찾는 걸 보면 항공우주 종합대학의 ‘희귀성’은 1000달러 이상일지 모릅니다. 지금은 우리 자신과의 협상부터 시작할 때입니다. 자신감을 키울 책(Bring Yourself)을 소개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 네이버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