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가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대학 간의 통합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부실기업의 정상화, 생존과 성장전략의 보편적 수단인 인수‧합병(M&A)이 대학의 구조조정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환경이 가져온 시련은 국내 대학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10년 안에 대학의 절반이 파산한다.” 2017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의 예상은 당시 충격적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위대한 기업이 몰락하는 메커니즘이 그의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 2000>에 담긴 골자입니다. '파괴적 기술'이 처음엔 미약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게 대세가 되고 혁신이 생긴다는 논리로 대학의 변혁과 몰락을 예고했던 겁니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2020)>를 집필한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갤러웨이(Scott Galloway) 교수는 한술 더 떴습니다. 미국의 교육방송 PBS에 나와 코로나19로 대학의 절반이 5∼10년 후에는 사라질 거라고 예상한 겁니다. 이들의 경고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대입 학령인구 감소는 놀랍습니다. 대학의 정원과 설립 규제를 풀었던 1995년 5.31 교육개혁 당시 88만명이었던 대입 진학자가 올해 43만명으로 줄면서 47만명인 현재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격세지감의 불균형 구조입니다. 작년엔 신생아 숫자가 26만명이고, 올해는 25만명에도 못 미칠 전망이니 정부가 설사 교육교부금으로 재정지원에 나서더라도 국내 350여개 대학 모두의 생존은 불가능합니다. 인구절벽의 벼랑 끝에서 적자생존의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배경입니다.
우리 대학은 지금 어떻습니까. 국내 유일의 민간항공대학, 항공 특성화 대학을 자부하던 우리 대학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세상은 변했는데 정원 채우는 데 만족해 대학의 교육콘텐츠와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곧 위기에 빠집니다. 혁신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航大의 구성원 여러분!
금년도 하반기 우리 대학은 <비전 2025>의 달성을 위한 변화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선 다음과 같은 역점 사업에 교수님과 직원 여러분이 노력을 집중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교과과정 개편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 등 3대 평가영역의 지표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게 바꾸고, 개인별 업적평가를 기여도 중심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2학기 개강에 앞서 <KAU 교육개혁 심포지엄(8. 23)>을 개최하고, 경쟁적 환경에서 향후 우리 대학을 이끌어나갈 젊은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교육혁신 TF를 구성해 2학기 중에 관련 규정을 개정과 함께 교과과정을 대폭 개편할 계획입니다.
▪우수 교원 확보
70년 전통 명문 항대의 위상 회복을 위해 ‘선택과 집중’의 표적을 분명히 하고, 향후 드론과 UAM, 달 탐사와 우주개발, AI와 반도체, 물류 등의 특성화 분야에 대해 국내·외 대학과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경쟁력 있는 교수의 영입을 서두르겠습니다. 이를 위해 교수 채용을 기업의 리크루트방식으로 바꾸고 역량이 검증된 교수의 특별채용을 확대할 것입니다.
▪인센티브 강화
교수님들의 연구 활동 촉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의 현장과 교수님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단과대학별로 권한을 위임하고 학부(과)장의 권한을 확대하며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학부(과)별 차등 재정지원의 편차를 높이겠습니다. 학부(과)별 기존의 평가지표 개선으로 평가의 결과는 입학정원의 조정과도 연계하겠습니다.
▪경영효율화
일상적 업무의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적재적소의 인력배치로 작고 탄력 있는 행정조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는 적자생존의 경쟁적 환경에서 우리 대학의 생존과 발전이 걸린 문제이며,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부담을 줄여 교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한 방안입니다.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으로 접어든 대학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낡은 가죽(革)을 벗겨내고 새로운(新) 살을 만드는 고통의 과정입니다. 대학의 생존과 발전, 우리 고객인 재학생과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혁신에 구성원 여러분들의 이해와 노력을 바랍니다.
[시론] 대학의 파산이 다가오고 있다 - e대한경제 (d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