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변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틀을 바꾸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변신은 그러나 불가피합니다. 메타버스 환경과 학령인구, 산업기술의 진화가 가져온 외부의 환경이 그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진학 대상자보다 모집 정원이 더 많은 불균형에선 지금의 대학이 모두 지속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폐교의 위기에 빠진 대학이 속속 늘어납니다. 생존을 건 무한경쟁이 시작된 겁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도 됩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대학에는 위기이고, 발 빠른 대학에는 기회입니다.
대한민국의 민간항공과 함께 성장해 온 우리 대학도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개교 70주년을 맞이해 KAU는 새로운 비전과 대학발전의 로드맵을 마련했습니다. 혁신의 동력을 얻기 위한 인프라인 규정과 제도, 조직의 문화를 하나씩 바꿀 겁니다. 국내 유일의 민간항공 종합대학, 전통 명문대학의 자긍심을 이제는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취임 때 제가 약속드린 “비전 2025”의 달성이 도약의 목표입니다. 연연히 흐르는 KAU의 역사에서 개교 70주년의 한 점을 지나갈 총장으로서 저는 교수와 직원 여러분께 먼저 혁신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교‧직원 여러분!
시대가 변한만큼 대학의 전통적 가치인 교육과 연구의 실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교과과정 구성과 운영에 산업계를 참여시키고 기술 연구개발 등 산학협력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정부 지원사업인 ‘4차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사업(LINC+)’은 산학연의 생태계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3단계 선정에서 우리 대학이 이번에 탈락한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배재성 교수연구실 학생들의 태양광 무인기 독도 비행 성공과 이수용 교수연구실의 ‘탄소제로 미래비행체 개발연구’로 정부의 중점연구소로 선정된 것이 그나마 위안입니다.
둘째, 학생들의 인턴십, 현장 학점제 교육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하계방학 동안 대한항공의 인턴십, 한진그룹과 유망 중소기업의 현장 교육이 시작됩니다. 이를 점차 발전시켜 2024년까지는 4학년 재학생의 현장 인턴십을 의무화하여 취업과 연계할 것입니다.
셋째, 내년부터 온라인 공개강좌(MOOC)를 시작하고, 타 대학들과 학점공유를 추진할 것입니다. 대학 간의 교과목 공유는 풍부한 교과목 운영으로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이 확대되는 만큼 과목담당 교수에겐 적지 않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넷째, 교수의 업적평가지표에 대학발전의 기여도 비중을 높이고 개인별 성과연봉제를 강화하겠습니다. 연공과 서열에 기반한 보상방식을 지양하고, 학부와 학과평가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 평가의 결과를 정원조정과 연계되도록 할 것입니다.
솔직히 KAU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잠재력은 여전합니다. 소수 정예의 이공계 인기 학과들, 정부와 항공업계에 구축된 최대의 동문 네트워크, 지속적 성장세의 미래 항공과 우주산업, 그리고 유능한 신진 교수들의 세대교체, 재단인 글로벌 대한항공 그룹은 모두 KAU의 경쟁력입니다. 다른 대학에 없는 이 강점을 구현하는 건 총장의 책임이고 권리입니다.
가죽(革)을 벗겨 새롭게(新) 하는 혁신(革新)에 따른 고통. 이걸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에 비유합니다. 변화가 힘들고 번거롭지만 낡은 틀을 깨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그걸 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항대의 혁신은 시작됩니다. 구성원 여러분의 이해와 동참을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13일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