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80

노력의 배신을 피하는 법



이번 월드컵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고도 허무하게 패배하는 모습들 말입니다. 선수나 팬들이 뼈저리게 맛보는 이변은 스포츠에서 늘 있는 현상입니다. 축구나 야구처럼 제대로 찬 볼이 골대에 맞고 빗맞은 공이 안타로 승부가 갈리는 역설이 그래서 스포츠의 매력인지 모릅니다. 세계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축구에서 유독 이런 감정을 강하게 일으키는 게 흥미롭습니다. 골키퍼가 예상한 슈팅이 수비수 몸에 맞는 굴절로 골문에 빨려 들어갈 땐 통제할 수 없는 '운'과 불확실성의 영역임을 절감합니다.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는 조직력도 '슈퍼스타' 한 명의 압도적인 재능 앞에서 무너지고, 비디오 판독(VAR)이 있어도 심판의 오심이 승패를 가르기도 합니다. 점유율과 슈팅 수, 패스 성공률, 뛴 거리처럼 객관적 지표론 이겼지만 한 번의 역습에 무너지는 건 농구나 배구처럼 노력의 결과로 쌓은 점수보다는 한 골의 절대적인 가치 때문입니다.

우승은 결국 실력 있는 팀에게 돌아가긴 하지만, 그 과정에는 약팀이 강팀 잡는 이변이 일어나고 그래서 대중이 스포츠에 그렇게 열광하는지도 모릅니다.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꼭 뒤따르지 않는 건 인생도 마찬가지. 세상에서 겪는 성공의 크기가 타고난 재능과 학교의 성적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축구와 같은 이치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음에도 기대했던 결과나 정당한 보상을 얻지 못하는 씁쓸한 상황들. 바로 ‘노력의 배신’입니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세상사의 복잡성과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는 뼈아픈 표현입니다. 여기엔 모든 사람의 출발선이 같지 않은 데서 오는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세상의 많은 성공과 실패가 노력만으로 달성되지 않는 통제 불능의 ‘운’과 타이밍, 소수가 모든 성과를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경쟁 구조, 그리고 각자 타고난 재능의 차이가 있습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닐 때가 많은 이유입니다. 특히 시대나 환경이 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걸 목표로 했다면 노력과 성과는 별개입니다.

결과가 기대를 저버렸을지라도 노력의 과정에서 시련을 견디는 회복탄력성과 역량이 단련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한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 경험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이 세상에는 ‘열심히 하는 자’와 ‘잘하는 자’가 있습니다. 열심히 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학교나 사회에 수없이 많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저 친구 참 열심히 한다.” 이 말이 때론 공허하게 들리는 건 “잘한다”라는 말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라운드에서 어슬렁거리면서도 득점 기회를 잡는 리오넬 메시를 본 사람이라면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것쯤은 알 겁니다.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잘살 수 있고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 노력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선 모든 문제가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집니다.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은 노력 신봉 국가입니다. 그러나 스포츠처럼 승패가 갈리는 현실에선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노력을 어떻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까? 추구하는 목표의 달성을 나타내는 지표부터 명확히 해둬야 합니다. ‘유효성’과 ‘효율성’의 차이입니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한 문장으로 이걸 명쾌하게 구분했습니다. "효율성(efficiency)은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Doing things right)이고, 유효성(effectiveness)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s)이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각기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효율성 또는 능률이란 일의 ‘속도’이고, 유효성 또는 효과성이란 노력의 ‘방향’을 뜻합니다. 우리는 이걸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지금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는 건 아닐까? 이 물음에는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을 뜻하는 효율성, 낭비를 줄이는 생산성과 같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내가 지금 올바른 일을 하는 걸까? 여기엔 목표의 달성 여부에 초점을 맞춘 유효성으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결과, 기대했던 가치를 만들어냈는가가 핵심입니다. 말하자면, 정해진 시간에 많은 내용을 암기하는 학생은 공부의 효율성이 높은 경우이고, 똑같은 시간만큼 노력해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공부의 유효성이 높은 경우입니다. 공을 멀리 보내는 장타자보다 정확한 방향으로 적은 타수로 홀에 공을 넣는 사람이 훌륭한 골퍼이듯이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입니다. 로봇 공정으로 원가를 절감한 혁신적인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건 고객의 니즈를 잘못 판단한 개발 방향의 오류 때문입니다. 비록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객을 만족시켜 재구매율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혁신이 비즈니스의 성공입니다.

무슨 일을 도모하든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속도만 높인다면 오히려 목적지에서 더 빠르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속도전’은 그래서 추구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노력의 방향이 올바를 때만 효과적인 전술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도 노력의 방향이 옳았을 때 통하는 얘기입니다. 속도와 방향만큼이나 직업인의 종류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을 파는 사람(time seller)과 가치를 설계하는 사람(value creator)입니다. 시간을 팔아 성공하는 사람은 누구나 열심히 살아갑니다. 일찍 일어나 늦게 자고, 심지어 주말에도 일하는 그들의 노력은 진짜입니다. 그런데 보상과 성공이 뒤따르지 않는 노력의 배신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종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AI의 영역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회계사와 세무사, 변호사와 의사, 투자와 경영 컨설턴트의 영역에선 열심히 할수록 미래는 더 불안해집니다. 노력에 배신을 피하는 방법은 그 반대쪽에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야 합니다. AI가 결코 따라오지 못하는 인간의 감성, 낡은 사고의 틀을 깨는 새로운 발명과 혁신의 영역, 기계가 흉내 내지 못하는 노동의 영역에서 종전의 가치를 유지하고 새롭게 창출하는 일입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청년들은 이제부터 그 노력의 방향을 더 고민해야 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단 똑바로 하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세상입니다. 읽을 만한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노력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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