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74주년 식전 공연하는 국제학부의 임은정 교수와 대학원생들]
우리 대학이 개교 74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개교일은 6월 16일이지만, 학사일정의 편의를 위해 오늘 기념식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식전 행사로 음악 공연을 준비해 주신 국제학부의 외국인 대학원생들과 임은정 지도교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기념식에는 특별히 우리 대학의 정년 교수님들 모임인 ‘삼토회’의 홍순길 전 총장님을 비롯한 회원님들이 자리를 함께하셨습니다. 매년 후학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해 주시고, 대학의 발전을 성원해 주시는 선배 교수님들께 항대 구성원을 대표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방금 수상하신 분들께도 감사와 축하를 드립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수행하시는 덕분에 우리 대학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역동성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개교기념을 자축하는 행사인 만큼 우리 대학이 그동안 지나온 항로를 돌아보고, 최근 크게 달라진 교육환경, 그리고 모든 대학이 겪고 있는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맞이한 기회와 도전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세대교체로 새로운 航大의 가족이 되신 여러분은 우리 대학의 역사와 현안에 대해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 행사는 구성원들과 대면으로 소통하는 값진 기회라서 기념사가 다소 길어질 수도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우리 대학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부산 범일동에서 당시 교통부 산하의 특설과정으로 조종학과, 정비학과, 통신학과 등 3개 학과로 개교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이듬해 서울 용산(구 용산고 위치)으로 옮겨 왔습니다. 그로부터 용산 시절 10년을 보내고, 1963년 현재의 고양시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1968년 교육부 산하로 이관된 이후 1979년 대한항공 그룹인 정석학원으로 민영화되었고, 1992년 종합대학으로 전환하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경의선 철도의 복선화에 따라 활주로 건너편의 옛 대학 건물에서 현재 위치인 공학관과 학생회관이 1996년 이전되기 시작하여 2007년 현재의 본관이 완공된 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래서 한국항공대학이 이곳 화전에 터전을 마련한 지 63년이 되는 해이고, 국립 27년과 사립 47년을 합해 74년 역사로 기록되는 해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오늘날의 대학 환경은 크게 변했습니다. 1995년 정부의 5.31 교육개혁 정책에 따라 많은 국내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전국적으로 수많은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교육이 메타버스 환경으로 변하면서 지금은 대학 교육이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 대학은 항공 특성화 기조를 유지해 온 덕분에 지금은 오히려 작지만, 탄탄한 대학으로 항공우주 시대를 맞아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는 방만한 대학 운영을 경계하고 차별화를 추구해 온 탁월한 선택의 결과입니다.
우리 대학이 성취한 그간의 변화는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우선, 항공과 우주산업 시대의 진입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있는 발전이 있었습니다. 항공교통과 물류, 스마트 드론과 자율주행 등 AI 융합 학문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면서 시대적 흐름과 함께 첨단학문의 영역을 꾸준히 넓혔습니다. 항공운송과 정책, 항공우주 기술 정책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 도약할 인프라를 갖추었습니다. 그동안 캠퍼스 문화는 역동적으로 변했고,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학사 구조의 개편으로 ‘전공자율선택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공급자 우위가 아닌 소비자 중심 교육체계로의 전환입니다. 지금 우리 대학의 입학정원은 학부 827명, 대학원 280명으로 이번 학기 현재 5,024명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환경으로 많은 대학이 생존의 위기에서 통합과 소멸,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는 이 시기지만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책 기조와 혁신의 성과가 지속된다면, 대학의 위상 제고와 학생의 교육 만족도 상승뿐 아니라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 노력하시는 구성원 여러분의 복지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쟁적으로 변한 현실에서 대학 발전에 발 벗고 나서는 역대 총학생회와 재학생들은 우리의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SNS로 대학의 존재감을 알리는 홍보를 대신하고 있는 학생 여러분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반면에 일부 교직원의 경우엔 부족한 직업윤리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건전한 대학 문화를 해치는 무관심과 무책임은 모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업적 평가에 기반한 성과 보상 체계를 강화해 불공정한 요소를 없애는 노력도 그래서 필요합니다.
航大의 구성원 여러분!
“비전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에 비유되곤 합니다. 비전이란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한 미래의 모습입니다. 저는 2022년 총장 취임 당시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종합대학’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대학 문화의 역동성 회복, 재정 확충과 학생 중심의 교육 등에선 괄목할 성과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엄중합니다. 특히 올해로 2년째를 맞이한 무전공입학제는 여전히 정착단계에 있습니다. 변화는 구성원들에게 언제나 불편한 일이고, 그냥 종전대로 하는 게 지금 더 편안합니다. 기존의 틀을 허무는 ‘창조적 파괴’인 혁신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바깥의 세상은 변하는데, 현재에 안주한다면 그건 곧 조직의 퇴보를 의미합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학과의 칸막이를 없애는 융합 교육이 이제 대학 교육의 대세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대학 본부가 추진의 동력을 잃으면 언제든지 본래의 ‘편안한 구조’로 되돌아갈 관성도 내재합니다. 제가 총장의 재선에 도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혁신이 지속된다면, KAU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확신이 지난 4년간의 경험이었습니다.
올해는 우리 대학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연초 시무식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전공자율선택제의 안정화’를 위한 교과과정의 개편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우리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과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항공대학교를 경기 북부 발전의 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경기도와 고양시 지자체의 정책 기조가 최근 확인되었습니다. 항공우주 첨단산업의 허브화 전략입니다. 앞으로 고양시와 협의해서 일산의 중심지인 백석역 인근에 직업교육과 창업 중심의 새로운 캠퍼스를 설치할 것입니다. ‘일산캠퍼스’가 마련되면, 대학원 실험실과 창업동아리 공간 확대, 대학 부속기관의 교육 기능 분담, 시민 대상의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특히 항공·우주기업이 입주하는 산학협력단의 확대를 통해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 청사진은 7월 6일 예정된 ‘비전 선포식’에서 공개하겠습니다. 경기도는 풍부한 연구 인력을 보유한 우리 대학의 잠재력을 구현해 드론·UAM과 방산, 우주기지 건설 프로젝트 등으로 경기 북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 또한 기본계획을 마련해 경기도와 함께 비전을 밝힐 것입니다.
작년에 이어 캠퍼스 환경 개선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 대학은 현재의 취약한 접근로 확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올해는 창릉신도시 교통인프라 설계에 우리 대학의 진입 구간이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밖에도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한 인사제도의 개선, 항공종사자 교육과 R&D 수주를 위한 비행훈련원과 실증연구 인프라 확보 등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노력의 성과는 개교 75주년이 되는 내년에 ‘새로운 KAU’의 모습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우리 구성원 여러분 모두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대학에도 행운과 불운은 모두 찾아옵니다. 행운만 찾아오거나 불운만 찾아오는 경우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선 서너 번쯤은 ‘행운의 여신’이 스쳐 지나갑니다. 준비된 자만이 그녀의 옷깃을 붙잡습니다. 우리 대학에는 지금 행운의 여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