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두 사람의 카네기가 있습니다. 먼저, ‘철(鐵)의 왕’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1919). 가난한 스코틀랜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철강 산업을 독점하며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된 자수성가의 아이콘입니다. 그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번 부자가 아니라 “부유하게 죽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는 신념을 실천한 자선가로 더 높게 평가받습니다. 세계 곳곳에 2천5백 개 넘는 공공 도서관을 지었고, 뉴욕의 카네기홀과 명문대 카네기멜런대학교도 그의 기부로 세워졌습니다. 국제평화재단을 설립하는 등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성은 같지만, 또 다른 인물로 작가인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 1888–1955)입니다. 자기계발 분야의 ‘불멸의 스승’이라 불리는 미국의 작가이자 강연가입니다. 어려웠던 대공황 시기에 인간관계와 처세술의 정석을 제시하며 전 세계 수억 명의 삶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역시 미주리주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로 초년엔 배우와 세일즈맨으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YMCA에서 성인들 대상의 대화법과 대중 연설법 강의를 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원만한 소통과 갈등 해결의 방법을 더 갈망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그가 정립한 학습 원리는 지금도 책과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카네기 스쿨’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이론보다는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실용적 철학이 그의 특징입니다. 그가 집필한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은 ‘인간관계론’의 바이블로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구체적인 대인관계의 원칙을 다룹니다(여기서 ‘인간관계론’이란 경영학 초기 1930년대에 등장한 인간관계론 Human Relations theory와는 무관한 번역서 제목).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은 걱정을 극복하는 방법과 스트레스와 불안을 다스리고 생산적인 삶을 살기 위한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조언을 담은 ‘행복론’입니다. 그리고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또는 ‘성공 대화론’으로 번역되는 <The Quick and Easy Way to Effective Speaking>은 대중 연설과 설득 기술,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해 청중을 사로잡는 비결을 알려줍니다. 출간된 지 80여 년이 지났음에도 매년 상위권에 오르는 스테디셀러들입니다. 이 3대 명저들은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는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한 철학으로 시작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지금도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돋보이는 데일 카네기의 가르침은 늘 걱정·후회·상처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최근 그의 저서들의 핵심을 요약한 신간들이 새삼 눈길을 끕니다. “내가 성공한 비결이 하나 있다면, 내 일처럼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고, 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이다.” 동시대를 살면서 포드자동차를 창업한 ‘전설의 기업가’ 헨리 포드(Henry Ford)의 명언입니다.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행동 법칙 중 손꼽히는 한 가지는 인간 본성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 바로 ‘인정에 대한 욕구’입니다. 인류 문명도 이로 인해 발전해 왔는지 모릅니다. 철학자들은 수천 년 동안 인간관계의 규칙에 관한 사색 끝에 한 가지 중요한 교훈에 도달했습니다. 누구나 중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가장 깊숙한 충동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기를 원합니다. 각자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만큼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고 싶은 겁니다. 사실, 그건 진심 어린 칭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데일 카네기일까? ‘처세’란 인간관계의 기술인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하는 기술입니다. 특별히 새로울 건 없습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모진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이를 대하는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어버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습니다. 자신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문제입니다. 만일 인간관계나 삶, 사랑 등에서 오는 아픔에 힘겨워하고 있다면, 상대를 비난하거나 삶을 비관하기 전에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 감정이 힘들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직면하는 장애들을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만큼 남을 대접하라.” 성경에 담긴 황금률(Golden rule)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과 처세술이 농축된 문장이기도 합니다. 실천을 위해선 상대를 칭찬하고 자신의 낮추는 마음의 태도가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강화합니다. “Stay humble!” 칭찬에 너그러운 겸손의 미학을 늘 생각합시다. 스스로 한때 가장 불행한 청춘이었다고 말하는 데일 카네기. 지독한 가난과 열등감으로 점철됐던 우울한 삶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지혜’가 담긴 명작들 가운데 ‘어떻게 친구를 얻고 사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어떻게 걱정을 멈추고 진정한 삶을 시작할 것인가?’ 그 정수를 뽑아 현대적인 의미로 편집한 책이 있어 추천합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번 방학엔 그의 3종 세트 모두 정독해 볼 것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