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너 자신을 설명해 봐. 너는 누구니?”
인생의 멘토가 이렇게 묻는다면 누구나 이 질문에 당황할 겁니다. 각자의 내면적인 정신세계의 문제입니다. 평소 내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어떨 때 감정에 휘둘리며 그땐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때에 마음이 평온하고 불안한지, 무엇 때문에 기뻐하고 마음이 들뜨는지, 좋거나 피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종류인지 이런 것들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각자가 추구하는 길이 달라지고, 삶의 행로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자기성찰(自己省察, Introspection)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자기성찰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살피는 일입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성격에 대한 내면을 인지하는 과정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보는 겁니다. “너 자신을 알라.” 말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들이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은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거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감각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신입생들의 내면에는 한 가지 공통된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집과 학교를 오가며 성장해 온 학생들에겐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도 부담입니다. 입시를 향해 달려온 시간 동안, 정작 성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스스로 선택하는 힘과 타인과 관계 맺는 힘을 배울 기회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누군가 대신해 주었고, 인간적인 관계는 경쟁 속에서 점점 얕아졌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에겐 자기성찰의 기회가 적었던 반면 학교에서는 표준화된 테스트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려줍니다.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만 묻습니다. 스스로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자기가 진정 누구인지에 관해서는 묻지 않습니다. 자기성찰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이제부터는 생각해야 합니다. 성찰과 고민은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키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지적 호기심이 있고, 적응력이 있으며,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성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기성찰을 먼저 시작하는 곳입니다. 그 학습의 기회가 없으면, 지나온 길의 아쉬움을 되새기거나 자칫 AI 시대의 넘쳐나는 SNS 연결망에서 얕은 사회적 관계에 함몰되어 주변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대학은 스스로 길을 찾고 함께 성장할 관계를 맺어 가는 삶의 출발점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에게 결점이 많다는 건 압니다. 그 결점이 어떨 때 나타나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엔 거슬리는 대답이 부담스러워 상대방의 솔직한 대답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좋든 싫든 애매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자신을 비판적이고 객관적이며 다정하게 바라보려는 자신의 각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정직하게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걸 정확히 모르면 자신만의 여정에서 출발지와 목적지가 불분명해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자신만의 망상에 빠져 정말로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고 허풍이 심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겐 반박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소수입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고, 스스로 비관적이며, 자신의 장점과 성취 경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는 유형의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구체적인 목표의 달성으로만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 말고는 자신이 가진 장점들이 당장의 현실에서 무관해 보이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학을 마친 학생이 뒤늦게 원하는 직장에 들어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공인 셈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보여준 끈기와 주도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작은 존재로 머물게 됩니다. 이는 지나친 자신감만큼이나 자신에게 해로운 일입니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가면 증후군’을 경계해야 합니다.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은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이 이룬 성공을 외부 요인이나 운으로 돌리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늘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실제 역량보다 부풀려져 있다고 여기는 경향입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하거나 진정한 칭찬을 빈말로 여기고,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해 도전을 미루는 경향, 자신의 성과마저 운이 좋았기 때문으로만 돌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지식 근로자 중 약 62%가 가면 증후군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막연히 자기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청년 시절 얼마든지 겪는 고민과 좌절, 도전과 실패를 심각하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당장 우리 학교에 입학한 사실만으로도 각자의 역량이 입증된 셈입니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대학 생활에서 이제부터 나 자신을 알아가야 합니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사실, 맨 앞의 이 질문은 최초의 영국 출신 NBA 농구선수로 성공한 후 조직 심리학자로 변신해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경영 코치이자 전문 컨설팅 기업 APS 대표인 존 아메이치(John Amaechi)가 학생 시절 진학을 놓고 고민했을 때 자신의 멘토였던 의사 어머니가 그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시간 여유를 갖고 미래의 삶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될 만한 책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