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조직이든 성공의 이면에는 늘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이 있습니다. 개인의 취업과 창업의 실패, 기업의 경영 위기, 국가 경제의 침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성장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실패는 그래서 망각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입니다. 실패를 통해 성장의 지혜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이때 실패의 경험에서 필요한 게 바로 ‘회복의 힘’입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인생에서 시련이나 고난을 마주했을 때, 단순히 버티는 걸 넘어 그 역경을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서는 능력입니다.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깨지는 유리구슬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질수록 더 높이 튀어 오르는 고무공처럼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며 좌절보다는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삼는 성향입니다. 이건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훈련을 통해 근육을 만들듯 마음의 근육이 강화되듯이,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고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대인관계,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능력들로 만들어지고 강화됩니다. 얼마나 강한 매를 맞느냐가 아니라, 맞으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처럼,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인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실패란 직시하고 원인을 따져보기보다는 그냥 덮어버리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하지만 그걸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은 자존감의 상실, 패배감으로 연결됩니다. 실패는 그래서 회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승자와 패자가 마주하고 대국을 복기하는 프로기사들처럼 그 원인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패를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 이 '실패학(失敗学, Shippaigaku)'이라는 용어는 2000년 도쿄대학의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郎) 교수의 저서 ‘실패학의 권유(失敗学のすすめ)’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공학자였던 그는 공학의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실수를 분석하며 "실패를 지식화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왔던 사람입니다. 실패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단순한 부주의나 오판으로 인한 ‘나쁜 실패’. 배울 게 없는 실패입니다. 반면에 실패를 거울삼아 탁월한 창조와 성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실패’가 있습니다. 겪어보면서 배울 수 있는 실패입니다. 결국 실패학이란 역설적으로 성공을 위한 학문입니다. 단순히 과거를 알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가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지혜를 배우는 게 목적입니다. 초일류 기업들의 성공 신화에는 대부분 실패와 실수로부터의 학습 과정이 있습니다.
반면에 실패가 없는 연이은 성공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경기나 전투의 승리감에 도취해 너무 많은 휴식을 취하면 다음에는 패배할 확률이 높고, 등산의 가장 위험한 순간도 정상에 발을 디딘 직후입니다. 일단 성공을 경험하게 되면 현재의 성공을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려는 유혹을 받게 되고, 별다른 노력 없이도 과거의 성공을 다시 재현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성공했을 때가 바로 실패할 확률이 제일 높아지는 시기입니다.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성공의 역설’입니다. 성공의 역설(the paradox of success)은 성공을 이끈 바로 그 원동력이 오히려 훗날의 실패나 정체를 불러오는 관성의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패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 관성을 깨뜨려야 합니다. 이전에 성공했던 방식, 즉 성공한 사람은 그 성공의 방식을 잊어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제로 베이스의 법칙’입니다.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선 이전에 했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변화된 상황과 정보를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합니다.
“당신이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접했을 때, 그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의 필요로 이해한다면, 그것 때문에 의기소침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걸 통해 배울 것이다.” 21세기의 가장 창의적인 기업가 중 한 사람이었던 빌 게이츠도 실패를 학습의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는 철학자들의 삶에서도 그대로 묻어납니다. 삶의 고통 앞에서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언제나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며 늘 후회했지만 실제로는 오래 살았고,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고달픈 삶에서 ‘다시 한번 더’ 바라며 나아가는 용기를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삶을 긍정하는 지혜를 찾았던 겁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인가? 이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며, 무의미한 다수를 버리고 본질적인 소수에 집중함으로써 인생의 실패와 성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필요한 우리 청년들에게 읽어볼 만한 책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