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72

우리 대학 전공 트랙의 벽, 더 낮춰야 합니다.



지금 대학에서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 AI가 바꾸는 이 세상은 전통적 ‘지식의 종말’에 다가서고 있는 듯합니다. 종전과 다른 환경에 맞는 교육시스템의 도입, 디지털 역량을 갖춘 교수의 확보, 미래형 학습 방법과 콘텐츠의 개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할 인력 양성과 진로 설계가 지금 모든 대학이 직면한 과제입니다. 학문의 발전에 따라 영역이 확대되면서 전공이 고도화 되어왔지만, 오늘날의 교육·연구의 환경에선 분업보다는 협업의 순기능이 더 커졌습니다. 산업계도 융복합 역량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재 양성의 선봉에 있는 대학마다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학과·전공 이기주의의 벽에 막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마다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해 학과 간, 나아가 대학 간에 다리를 놓고 미래 수요를 반영해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전공과 학과의 이기주의입니다.

서울대는 얼마 전 ‘중장기 발전 계획 보고서’를 통해 “오래전부터 단과대학과 학부, 전공과 개인의 이기주의와 기득권에 매몰돼 왔다. 개별 조직의 이해관계가 학교 전체의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의사 결정을 가로막고, 새로운 교육과 연구 과정의 개발 노력은 타 조직의 견제와 반대에 부딪혀 갈등과 반목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주요 대학의 학과가 미국 주요 대학보다 평균적으로 수십 개 더 많다. 전공별로 칸막이를 치며 분화해 온 결과 잡화점식 구조가 돼버렸다”는 전문가의 따가운 지적이 큰 공감을 얻습니다.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학교 발전을 해치고 있는 겁니다. 대학의 변혁기에 혁신을 선도해야 할 수도권의 소위 주요 대학들도 구조 조정에는 미온적입니다. 지방대학들처럼 발등의 불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총장이 나서 학내의 저항까지 감수하며 추진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우리 대학은 무전공 입학과 전공자율선택제로 학사구조를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전공트랙의 벽은 더 낮춰야 우리도 혁신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과 연구의 대상인 항공과 우주, 첨단산업은 고도의 시스템 기술이 핵심입니다. 예컨대, 항공기와 인공위성은 수십만,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복합시스템입니다. 교통의 미래를 바꿀 모빌리티 UAM 역시 전기동력과 첨단 소재, 자율비행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결정체로, 아직 핵심 부품 수에 대한 수치조차 알려진 바 없으며, 무인기나 드론 또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시스템 통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이걸 다루는 항공우주 종합대학입니다. 드론의 개발이라도 개별 전공만의 기술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역동적인 대학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선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올해는 우선 학사 제도를 유연하게 개편하는 방안에 지혜를 모을 것입니다. 탄력적인 교과목 운영이 목표입니다. 필수로 수강하는 전공 학점을 줄이고 선택과목을 늘리는 한편, 서로 다른 유사 강좌를 통합해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교차과목(cross-listing)의 개발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전공트랙별 필수 학점의 감축과 함께 다른 전공의 수강 기회를 늘려 융합학습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교육 전문가들이 늘 주장하는 혁신의 골자입니다.

변화와 혁신에는 때가 있습니다. 그걸 놓치면 더 큰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눈앞에 닥친 디지털 혁명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전공트랙 내에 다시 ‘사일로(silo)’가 만들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사일로는 본래 곡식이나 목초를 저장하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뜻하지만, 조직학에선 부서나 팀의 단절과 고립을 비유하는 용어입니다. 대학에선 제각기 전공·학과가 담을 쌓아 학생을 가두는 교수들의 이기주의입니다. 겉으론 효율과 전문화로 보이지만, 전체의 최적화를 망치고 민첩성과 혁신을 저해합니다. “학과 이기주의 때문에 미래를 살아갈 학생에게 융합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한다면 그건 죄악입니다. 교육이 아니라 재배나 사육과 같습니다.” 유명 교육학자의 이 지적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세속적인 문제를 초월해 순수한 학문과 진리 탐구에만 몰두하는 상아탑(ivory tower)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어제의 오아시스가 오늘의 사막이 됩니다. “Break the Map!” 낡은 지도는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통찰해야 합니다.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 KAU도 이젠 낡은 구호일 뿐입니다. 우리 대학은 지금 ‘KAU브랜드위원회’를 구상 중입니다. 위원장은 총장이지만, 마케팅 전공 교수와 젊은 직원들, 총학생회가 중심입니다. 직책과 지위 간의 벽 없는 브레인스토밍이 이 위원회의 동력이고, 참신한 홍보 아이디어의 발굴이 핵심 과업입니다. 최근 눈길을 끄는 유튜버의 자기계발서와 우리 대학의 현황과 미래를 밝힌 최근 인터뷰가 있어 공유합니다.

설득자 | 정흥수(흥버튼) | 21세기북스 – 예스24 [파워인터뷰]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항공우주 클러스터 구축으로 ‘K-항공’의 글로벌 거점 도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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