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미리 보여줄 수가 없다. 물리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서비스가 전달되는 장소의 내·외부에서 단서가 모두 이용된다. 손님은 사업장의 특정한 부분이나 각각의 디자인을 먼저 보지만, 부분적 특징의 전체적인 조화가 고객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호텔 객실의 바닥이 완벽한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색상과 소재, 조명과 판촉물을 보고 서비스의 품질을 총체적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서비스 접점이 물리적 외관에 초점을 두고 이용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서비스마케팅 이론 구축에 일조했던 매리 비트너(Mary Bitner) 교수는 저명 학술지 Journal of Marketing(1992)에 “서비스 스케이프, 물리적 환경이 고객과 종업원에게 미치는 효과”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1990년대 들어 신조어 ‘서비스케이프(servicescape)’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서비스와 풍경을 의미하는 접미사 스케이프(-scape)의 합성어인 서비스케이프는 접점에서 마주하는 공간배치, 기능성, 심미적 매력과 관련된 물리적인 요소에다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이다. 물리적 증거, 물리적 단서와 다름없는 이 용어는 서비스 제공자가 만들어 보여주는 환경을 뜻한다. ...(중략)
성공적인 서비스기업들이 본래의 서비스만큼이나 서비스케이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객은 경험을 통해 재구매를 결정하고, 직원에겐 행동과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면이 많을수록 물리적 환경은 고객과 직원의 적절한 감정과 반응을 유발하고, 이는 고객의 충성도로 연결된다. 품격 있고 고급스러운 가구와 장식으로 로비를 꾸미는 투자자문사, 돋보이는 상징물과 독특한 복장으로 시선을 끄는 놀이공원, 갖고 놀던 장난감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벽과 바닥에 선을 표시한 유치원은 모두 고객서비스의 물리적 증거다. 무형의 상품을 미리 유형으로 보여주는 것은 서비스마케팅의 기본이다.
- 허희영의 서비스경영 31(매일산업뉴스, 2021.10.4) -
교직원, 그리고 재학생 여러분,
교육을 수행하는 대학이 행정, 의료, 도로, 사법, 공중안전과 함께 공공서비스의 영역에 속한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서비스를 경제적 역할로 구분해 보면, 사회기반과 유통분배, 금융과 비즈니스, 개인서비스, 그리고 공공서비스로 구분됩니다. 서비스란 무엇일까요? 어원은 예속, 종속의 노예 상태를 의미하는 라틴어 ‘SURVUS’에 대한 영어의 ‘servitude’와 주인에게 시중을 드는 ‘servant’의 합성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그래서 많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농업에서 제조업 중심, 그리고 서비스 중심으로 진화해 오면서 3차 서비스산업을 학자들은 이제 단순한 산업으로 보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다시 3단계로 구분해 최상위인 5차산업까지 확대했습니다. 금융과 유통, 통신과 통상은 4차 산업이고, 교육은 건강과 연구, 문화와 예술처럼 인간의 잠재능력을 구현하는 5차 서비스산업에 속합니다. 어원에서 보듯이 서비스업에서 고객과 제공자 간의 갑을 관계는 다른 업종보다 훨씬 더 분명합니다. 그런데 유독 갑과 을의 관계가 거꾸로인 곳이 대학입니다.
오늘날 대학의 환경은 귀족화되었던 과거의 대학과는 판이합니다. 공급자 중심이었던 대학 교육은 이제 소비자인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 엄청난 반전은 AI 시대에 접어들어 대학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물론 환경의 도전에 대해 생존을 건 대학의 적응과 응전이 뒤따르게 됩니다. 우리 대학도 고객인 학생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의 문화를 고객 지향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학생과 행정부서, 학생과 교수 간의 뒤바뀐 갑을 관계가 있다면 곧바로 개선합시다. 학생 서비스에서 결핍(needs)된 걸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노력를 해야 합니다. 2026학년도 신학기부터 교육이 전달되는 장소의 내·외부 단서들부터 하나씩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항공우주 종합대학의 위상에 걸맞게 말입니다. KAU의 ‘서비스케이프’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작업에 교직원과 학생 여러분의 관심과 아이디어를 구합니다. 캠퍼스 환경이 바뀌면 조직문화의 변화도 뒤따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