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카지마야(高島屋) 백화점은 1831년 교토에서 포목점으로 창업해 지금은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2만 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유명 백화점이다. 창립 160주년을 맞이한 1991년 그룹은 경영이념을 ‘언제나 사람이 우선이다(いつも、人から)’로 다시 정했다. 그 배경엔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소녀의 이야기다. 1989년 3월 초순의 어느 날. 30대 중반의 남자가 도쿄 다카지마야 백화점의 지하식품부에 들어섰다. 한 살 때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다섯 살이 된 환자 이토 카호리(伊藤 かほり)의 담당의사는 마침내 보호자를 불렀다. “이제 뭐든지 좋아하는 것을 먹게 해주세요.” 아버지가 먹고 싶은 걸 묻자 딸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 포도가 먹고 싶어요.” 하지만 계절은 겨울이었다. 죽음을 앞둔 아이의 마지막 소망을 이뤄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도쿄에 있는 과일가게를 전전한 끝에 다카지마야를 찾은 것이다. “혹시 포도가 있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 직원은 오동나무 상자에 포장된 거봉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상자에는 무려 3만엔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그런 거액이 없었던 아버지는 주저하다 직원에게 물었다. “몇 알이라도 살 수 있을까요?” 여직원은 얘기를 듣고 있었다. 포도 한송이 가격은 3만엔. 사정이 딱한 손님은 2000엔밖에 없다고 한다. 잠시 후 직원은 가위를 가져와 스무알 정도를 잘라서 포장지에 예쁘게 싸서 손님에게 팔았다. 떨리는 손으로 포도를 받아든 손님은 총총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소녀의 소망은 이루어졌다. “아빠, 맛있어요.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난 5월 4일자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의 ‘아빠의 세아기(歳児記)’라는 제목의 칼럼에 이런 글이 실렸다. “우리에게 신(神)만큼이나 큰 용기를 준 다카시마야 식품부 여직원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내가 치료하던 어린 환자는 마지막 소원이었던 포도를 먹을 수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혈액암 말기로 더 이상 치료를 해도 회생의 여지는 없다. 아이의 마지막 소원을 아버지는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이 그걸 들어주었다.”
자칫 그냥 묻혀 버릴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아버지로부터 얘기를 전해 들은 주치의 호소야 료타(細谷亮太)의 칼럼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소녀가 5년 6개월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을 때 독자들도 함께 울었다. 직원은 포도를 떼어 팔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어겼지만, 손님을 차별하지는 않았다. 고객의 요구는 최대한 들어주라는 회사의 방침에는 충실했던 것이다. 이 일로 인해 다카시마야는 일본 최고 명성의 백화점임이 입증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진정으로 고객을 배려한다는 걸 확인시킨 것이다. 오늘날 이 회사는 포도 한 송이의 서비스 정신을 영업 매뉴얼에 넣고 사원교육에 활용한다. 고객 존중의 정신을 아로새기기 위해서다. 회사의 사훈 ‘우리의 목표는 친절’이 단순한 구호만이 아니라는 걸 사례는 보여준다. 이 상징적인 일화만큼이나 다카시마야는 여전히 일본 최고의 백화점으로 인정받는다.
- 매일산업뉴스, <허희영의 서비스경영-16, 2021> 中에서-
누구나 언뜻 느끼기에도 제각각인 직장 분위기의 또 다른 표현은 ‘조직문화’입니다. 기업이건 대학이건 일하고 공부하는 ‘문화’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1980년대 후반 경영학계에서 새로운 조류를 형성했던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에 대해 학자마다 다양한 견해가 주목받았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경영자의 분명한 의지가 반영되어 형성된 조직변화의 결과인 기업문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새롭고 탄탄한 문화의 형성을 위해선 먼저, 추구할 가치(value)와 목표가 분명하고 충분히 공유될 때 구성원은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을 알고 행동합니다. 둘째, 내부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채널이 원활히 작동해야 합니다. 현장의 요구, 상사와 부하, 부서 간의 원활한 소통은 조직을 유연하게 만드는 윤활유입니다. 셋째, 조직의 가치에 맞는 독특한 의례와 의식(rite and rituals)입니다.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모든 행사는 가치를 공유하는 기회가 되고, 그 가치를 구현한 영웅을 탄생시켜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회가 됩니다. 당시 히다카히로시(日高啓) 사장은 이 일화를 경영이념으로 일반화하는 걸 잠시 망설였지만, 점원이 보여준 마음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포도 한 송이 사건’에는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대학마다 분위기가 다른 이유는 분명합니다. 캠퍼스 문화의 차이 때문입니다. 우리 대학에도 ‘KAU의 문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한 차이를 모르지만, 외부인들이 느끼는 캠퍼스 분위기는 다른 대학과 사뭇 다릅니다. 차이는 무척 긍정적입니다. “수업 듣는 학생들의 태도에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무척 착하고 진지합니다.” 외부 강사나 특강을 다녀가는 분들에게서 늘 듣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예비군 교육장 담당자도 다른 대학의 훈련생들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여기엔 뿌리 깊은 면학의 분위기를 만들어 온 교수님과 학생, 졸업생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가치가 작용합니다. 航大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 의례와 의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고, 이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개인에게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와 직원,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역동적이고 건강한 캠퍼스 문화는 우리 대학의 경쟁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