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65

스트레스의 힘


“적당한 경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거나 강도가 높으면 나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면역기능 저하, 신체적 및 정신적 영향을 미칩니다. 나쁜 스트레스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부정적 효과). 적당한 수준에서 사람을 긴장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비만 억제나 유대감 향상, 몸의 회복 속도를 높여주고,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긍정적 효과)”.

- 스트레스의 효과에 대한 AI의 답변 -



# 1998년 미국 위스콘신대학 보건학과의 캘러(Abiola Keller) 교수연구팀은 성인 3만 명에게 “작년 한 해 동안 경험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가?” 질문을 했습니다. 8년 뒤 연구진은 당시의 3만 명 설문자 가운데 사망자를 확인하기 위해 공식 기록을 뒤진 결과, 스트레스 수치가 높았던 사람들의 사망률이 43% 높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관심을 끈 게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었던 사람들만 사망률이 높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비록 스트레스 수치는 높았지만, 그게 해롭다고 ‘믿지 않은’ 사람의 사망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들은 사망률이 가장 낮았고, 심지어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했던 사람들보다도 낮았습니다. 스트레스의 부정적 효과는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믿음’이 결합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 게 결론이었습니다. 연구진은 8년 동안 연구를 진행하면서 18만2,000명의 미국인이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친다는 믿음으로 조기에 사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해마다 약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 ‘믿음’ 때문에 죽은 셈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발표하는 HIV/AIDS 및 피부암 사망자 수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 2002년 예일대학 레비(Becca R. Levy)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노화를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노화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는 사람들보다 오래 살았습니다. 중년의 피실험자들을 20년 동안 관찰한 결과, 노화 과정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사람은 부정적으로 본 사람보다 7.6년을 더 살았습니다. 이 수치를 다음 사실과 비교하면 의미가 더 확연합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처럼 명백하고 중요한 요인들은 대부분 수명을 평균 4년 이상 늘이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믿음에 대한 태도도 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타인을 대체로 신뢰한다고 믿는 사람은 장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듀크대학에서 15년 동안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남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55세 성인 중 60%는 해당 연구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냉소적인 관점을 보였던 사람들의 60%는 이미 사망한 뒤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스트레스가 많은 나라입니다. 2019년 OECD가 세계 40대 국가 대상으로 조사한 ‘워라밸 조사’에서 하위 5개국 중 하나입니다. 직장인의 직무 스트레스도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맞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사회에선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스트레스를 더 키우는 게 문제입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것처럼, 어설픈 전문가들과 언론이 이걸 부추깁니다. 우리 사회를 우울하게 만드는 스트레스의 악순환입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 박사는 자신의 저서 <스트레스의 힘(Upside of Stress, 2015)>에서 앞서 AI가 답했던 스트레스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혔습니다. 스트레스는 해로운 독이 아니라 이로운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골자입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스트레스의 주범은 바로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친다.”라는 ‘믿음’이라는 겁니다. 스트레스 자체가 해로운 게 아니라 그 생각이 문제입니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스트레스는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이롭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맥고니걸 박사는 “스트레스는 유익하다고 반응이라고 믿는 순간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억제되고 혈관이 이완되는 등 몸 상태도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삶을 더 유쾌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수많은 연구와 실험 결과를 들어 입증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뭔가 압도하고 억누르는 듯한 불안과 위협의 감정.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지거나 호흡과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근육이 경직됩니다. 전형적인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불안감에 의한 신체 변화 또는 압박에 대처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신체 신호라고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돕고자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신체 작용입니다.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스트레스 vs. 내면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양날의 칼입니다. 어떻게 쓸지는 각자의 믿음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도전이나 시련에 직면하더라도 의욕이 샘솟고, 스트레스로 분출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삶에서 고통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것도 스트레스의 힘입니다. 그건 불안감이나 실망감, 분노, 위축감이 들 때 비축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리고 희망을 활용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인생은 본래 고단합니다. 우리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라 삶이란 고단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시험과 입사 면접, 평가와 승진을 위한 불안, 역경과 경쟁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유리합니다.



스트레스의 힘 | 켈리 맥고니걸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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