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84

메멘토 모리! 인생 수업

speech84_img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고대 로마 시대 개선장군의 행렬을 뒤따르는 노예들에게 외치게 했던 풍습에서 전해지는 “너도 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 뜻의 라틴어입니다. 승리에 도취해 교만해지지 말고, 인간은 누구나 죽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경계입니다. 삶에는 끝이 있음을 알고 현재에 충실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이 문구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함께 자주 언급됩니다. ‘카르페 디엠’은 오늘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Horace)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 “내일은 최소한만 믿고, 오늘을 잡아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 유한한 존재임을 잊지 말고, 그렇다고 내일을 걱정하느라 시간 낭비 말고, 살아있는 바로 지금을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으니, 주어진 이 순간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의미 있게 살아가라는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일깨우는 인생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보는 관점은 오늘날 새로운 학문 영역을 탄생시켰습니다. 죽음학(Thanatology)입니다. 죽음에 대해 단순히 생명이 끝나는 현상 자체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well-dying)를 고민하고, 결국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well-being)를 배우는 학문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준비함으로써 지금의 순간을 더욱 충실하고 의미 있게 살도록 돕는 인생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학은 그래서 임종 환자의 돌봄뿐 아니라 남겨진 이들의 치유는 물론 사후세계의 탐색으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학문입니다. 유한한 삶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인정함으로써 일상에서 어떻게 더 사랑하고 후회 없이 살아갈 것인가? 결국 죽음학은 어둡고 무서운 학문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비추어 보는 가장 따뜻하고 실천적인 ‘삶의 학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죽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전하는 임사체험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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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를 개척한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 중 한 명은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 박사입니다. 그는 수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죽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동료 학자와 공동 집필한 <인생 수업(Life Lessons)>에 삶의 철학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서야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말고, 지금 당장 후회 없는 삶을 살라는 것. 시간의 노예가 되어 일과 의무감으로만 하루하루를 채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무비판적으로 끌려다니는 대신,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순수한 기쁨을 주는 일, 예컨대 자연과의 교감, 놀이, 휴식 등에 의식적으로 시간을 할애하여 진정한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따뜻한 충고를 담고 있습니다. 가슴 뛰는 삶을 생각하는 우리 학생들 시간의 흐름을 잠깐 사유해 볼만한 대목이 있어 인용해 봅니다.



“삶은 시간이 지배합니다. 우리는 시간에 의해 살고, 또 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시간 속에서 생을 마칩니다. 우리는 시간을 쓰고 아끼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계산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웹스터 사전은 시간을 ‘연속선상의 두 지점 사이의 간격’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흔히 탄생을 삶의 시작으로, 죽음을 삶의 끝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탄생과 죽음은 연속선상의 두 지점일 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관찰자에 좌우되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시간의 가치는 개인적인 인식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게 변합니다. 우리의 외모도 내면의 자아도 변합니다.
삶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우리는 대개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조차 그것에 저항합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주위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그것은 우리와 속도를 맞춰주지 않습니다. 변화란 언제나 너무 빨리 오거나 너무 늦게 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변화는 늘 우리와 함께 있지만 우리는 변화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변화에 겁을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변화를 환영하든 거부하든 변화는 일어납니다. 삶의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는 것일 뿐입니다. 변화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상황에 작별을 고하고, 새롭고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종종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 낯선 상황이 아니라 그 중간에 존재하는 시간입니다. 삶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언제나 다른 문이 열립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대개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는 과거나 미래의 모습을 봅니다. 어제의 내가 반드시 지금의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크나큰 자유가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가장 두려운 일들을 대담하게 행할 때 성취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에 붙들리지 않고 크게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당신은 삶을 잃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게 됩니다. 두려움, 걱정,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겉으로만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단 두려움을 뛰어넘으면 새로운 삶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삶을 위하여 얼마나 시간을 할애합니까?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의 쳇바퀴 속에서, 정작 나의 가슴을 뛰게 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수한 즐거움과 여유에는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평생을 수많은 임종 환자들과 함께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구한 공로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사상가'에 이름을 올렸던 퀴블러 로스. ‘죽음 전문가’였던 자신도 말년에 뇌졸중으로 반신마비를 겪으며 9년간의 고통스러운 투병을 해야 했습니다. 그 혹독한 시기에 제자이자 동료인 데이비드 케슬러와 함께 집필한 책이 바로 <인생 수업>입니다. 평생에 걸쳐 죽음을 연구했지만, 그녀가 궁극적으로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온전히, 그리고 가슴 뛰게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청년들에게 성공은 끝이 아니고, 실패도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도전하는 용기입니다. 지금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인생 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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