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에게 대학의 선택은 인생의 미래가 걸린 투자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12년간의 공부는 모두 대학을 향해 있습니다. 각자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 대학이다 보니 그 선택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 투자처럼 ‘종목’을 고르는데 풍문이나 분위기에 휩쓸리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주식시장의 투자자는 관심 가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관심을 둡니다. 모두가 경쟁적으로 위험-수익률 간의 균형점을 찾다 보니 수요·공급의 시장원리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이 주식시장입니다.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분석하는 일 못지않게 그래프만으로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차티스트(chartist)들의 활약도 돋보입니다. 주가가 오르면서 거래량이 늘면, 강한 매수세의 유입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주가는 오르는데 거래량이 줄면 상승의 힘이 약해져 하락의 신호가 됩니다. 이런 상승 국면과 달리 하락장세에선 그와 반대. 주가가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급증하면 매도세가 강해져 하락이 가속되고, 주가가 하락하는데 거래량도 줄면 반등 가능성이 커집니다. 거래량이 많을수록 주가 변동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변동성이 커서 분석 자체가 어렵습니다. 거래량과 주가의 높은 상관관계로 인해 예측불허의 주식시장에서도 거래량이 주가의 선행지표로 널리 쓰이는 이유입니다. 불확실성이 높기로는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 매월 공시되는 매매 동향은 아파트 가격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입니다. 거래량과 가격의 변화양상에 의존하는 ‘경험의 법칙’에 투자의 모든 걸 맡길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도표에 의존하는 기술적 분석이 여전한 걸 보면 무시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대입 시즌입니다. 수험생들의 마음이 바빠지는 때입니다. 이들에겐 대학과 전공학과의 선택이 인생에서 첫 번째 맞이하는 ‘투자’입니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대상을 선택해 나중에 높은 가격으로 파는 게 투자의 기본 원리이듯이 이들에겐 실제 가치보다 지금 낮게 평가된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 게 유리합니다. 성적에 따라 자로 잰 듯이 합격 가능권 대학을 배치해 주는 입시 전문가에게 투자를 위임하는 건 안 됩니다. 미래의 삶보다 지금의 합격점수에 우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적성을 먼저 생각하고 저평가된 대학을 선택하는 일, 주식을 고르는 일. 살기 좋은 아파트를 찾는 일 모두 미래가치를 보고 판단한다는 점에선 투자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복수 지원으로 선택이 자유로운 수요로 형성된 입시경쟁률의 추이를 거래량의 대용 지표로 본다면, 대학의 선택에도 경험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입시경쟁률과 대학 주가의 상관관계 말입니다. 우리 대학 입학정원의 70%인 605명을 뽑는 2026년도 수시전형의 원서접수가 지난 12일 마감되었습니다. 지원자가 총 9,608명으로 논술과 교과성적, 미래인재와 고른기회 전형 부문에서 모두 상승해 전체 경쟁률은 15.9:1로 높아졌습니다. 최근 우리 대학 신입생의 성적 수준 지표인 내신등급이 미세하게나마 상승하는 국면에서 경쟁률의 유의적인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입시경쟁률의 지속적인 증가추세는 ‘KAU 주가 상승’의 긍정적 신호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항공우주의 첨단학문으로 특성화된 우리 대학의 잠재력이 앞으로 구현된다면 ‘S-곡선 모형’을 따르게 될 겁니다. 새로운 제도와 정책의 수용, 신기술의 채택, 캠페인 참여율, 교육 성취도, 신상품의 시장점유율과 같은 사회·경제적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느리게 성장하다가 성장률이 점차 가속되는 시기가 나타나고 그 이후에는 성장세가 꺾여 성숙 단계에 이르고 역성장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S-곡선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함수가 로지스틱(Logistic)함수와 곰페르츠(Gompertz) 함수입니다. 여기서 분포의 좌우 대칭성을 가정하면, 정규분포가 되고 이 확률밀도함수를 시간의 흐름별로 나타내면 역시 S-커브로 표현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스토우(Walt Rostow)가 일찍이 구분했던 국가경제발전 5단계설, 개발기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등의 제품 수명 주기 5단계 이론도 알고 보면, 모두 S-곡선을 따릅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단계에 있는 걸까? 이 대목에서 최근 변하는 우리 대학의 ‘주가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미래의 성장 동력인 항공우주산업 시대의 개막, AI 시대에 최적화된 첨단학과들, 그리고 융합 교육체계의 도입 등으로 KAU는 이제 도약의 단계, 이륙기(take-off)에 들어섰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꾸준히 몰리는 ‘SKY’,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를 발전단계의 시각으로 본다면 성숙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대학과 우리는 경쟁할 수도 없고 경쟁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대학이 할 수 없는 항공·우주 특성화에 승부를 걸면 되는 일입니다. 항공·우주와 방산, AI와 신소재, 물류와 경영 등 산업계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미래로 보고 판단하면, 우리 대학 졸업생들의 미래는 낙관적입니다. 상승 국면에서 거래량 증가가 주가 상승의 신호이듯이 입시경쟁률 상승은 이제 곧 ‘입결’로 나타날 겁니다. 바야흐로 KAU는 도약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재학생들의 ‘투자 판단’이 현명했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