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42

이웃이 흥해야, 내가 흥하는 이유


-James H Fowler, Nicholas A Christakis, British Medical Journal 2008, p.337-

< 그림 설명 > 바이러스의 확산 모양 같지만, 두 개의 그림은 미국 메사추세츠 플래밍햄 지역주민들이 인간관계로 맺고 있는 사회적 연결망,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다. 확대해 보면 원과 사각형 노드는 각각 여자와 남자, 노드의 노란색은 행복한 사람, 연두색은 보통의 사람, 청색은 불행한 사람을 각각 나타내고, 모든 노드는 형제자매와 친구, 배우자로 연결되어 있고, 1996년에 비해 2000년에 마을의 소셜 네트워크가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연쇄 자살. 이따금 뉴스로 접하는 얘기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든 나타나는 우연한 일 같지만, 여기엔 전염성이 있습니다. 1974년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lips)는 1947년부터 1968년까지 자살 뉴스가 < 뉴욕타임스 >의 일면에 보도된 달에는 전국적으로 자살 발생 건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는 이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괴테의 소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을 읽은 독일의 청년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의 죽음을 따라 자살했듯이 유명인이나 평소 선망하던 사람이 자살할 경우, 자신을 그 인물과 동일시해서 자살하는 ‘감정의 전염 현상’입니다. 개인의 감정과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회적 전염성은 가까이서 자주 보는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 목소리 자세 등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다가 동화되는 현상입니다. '사랑하면 닮는 것‘도 정서 감염입니다.

행복의 감정도 질병처럼 전염된다는 걸 밝혀낸 학자들이 있습니다. 미국 UC샌디에고 폴러(James H. Fowler)교수와 하버드대 크리스타키스(Nicholas A. Christakis)교수는 1983년부터 2003년까지 메사추세츠 주민 4,739명을 표본으로 추적 조사해 연구한 결과를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2008)에 게재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Dynamic Spread of Happiness in a large Social Network”.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그리고 왜 연결되어 만나고,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인들이 맺은 연결망에서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실증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개인의 생활과 건강, 정서, 정치, 종교, 문화, 성적 취향도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듯이 행복도 전염된다는 내용입니다. 사람 간의 연결 단계별로 전염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질병이 주변 사람들에게 불행의 근원이 되듯이 기숙사 룸메이트의 우울증에 나도 영향을 받듯이 내가 느끼는 행복감으로 인해 나와 직접 관계가 있는 친구는 15.3% 정도 행복감이 증가하고, 그 친구의 친구는 9.8%, 그 친구의 친구의 친구는 5.6%만큼 더 행복해집니다.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감염병처럼 대부분 소멸합니다. 주변 이해관계자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불행감은 줄어들고, 행복한 친구가 많으면 나도 더 행복해진다는 얘기입니다.

행복의 전염성은 < 그림 >처럼 대상과 거리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행복의 전파는 비만이나 흡연처럼 공간적 거리에 따라 영향을 줍니다. 1마일(1.6Km) 이내에 가까이 사는 친구가 행복해지면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25% 증가하며, 0.5마일 이내에 사는 친구인 경우는 42%, 2마일 이내인 경우는 22%가 증가합니다. 이웃이면서 서로가 친구인 경우는 63%까지 증가합니다. 형제자매인 경우엔 전염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1마일 이내에 사는 형제자매가 행복해지면 자신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14% 증가하는 반면, 바로 옆집 이웃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34%나 증가합니다. 먼 친척보다는 이웃사촌의 행복이 나에겐 더 큰 행복인 셈입니다. 다만 직장동료의 행복은 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6개월 이내에 검진받은 친구가 행복해지면 본인은 45%가 더 행복해지고 지난 1년 이내 검진받은 경우는 35%로 나타나 시간이 지날수록 전염성은 줄어듭니다. 이성간 보다는 동성 간에 행복의 전염성이 더 높고, 배우자보다는 친구와 이웃 간에 연대감이 더 강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론 수없이 많습니다. 다만, 행복감은 개인이 맺고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에 속한 다른 사람의 행복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공유되는 행복은 그래서 단순히 개인의 경험이나 선택이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적 자산으로 봐야 합니다. 개인의 행복은 인간관계를 통해 잔물결처럼 퍼져나가며,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웃음이나 미소처럼 행복한 감정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유대를 강화하고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의 네트워크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내지만 동시에 네트워크가 우리를 만들고, 친구들과 친구의 친구들도 나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 네트워크에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규칙들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나 불행의 전파처럼 행복의 전염은 사회적 힘입니다. 낯모르는 손님한테 보내는 짧은 순간의 미소가 영업장을 밝게 만들고, 고객 만족으로 팁까지 연결되는 것도 감정이 이입되고 전염된 결과입니다. SNS가 만들어 가는 초연결사회에서 전염은 빠릅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 날개의 퍼덕임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반대편을 강타하는 토네이도를 몰고 오는 ‘나비 효과’처럼 SNS를 타고 퍼지는 행복이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듭니다. 내 삶과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손흥민 선수의 눈부신 활약이 나를 즐겁게 하듯이 행복은 전파되고 공유될수록 좋습니다. 친구도 행복한 친구를 만나야 내가 더 행복해집니다. 이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염은 그룹과 조직, 나아가 사회와 국가로 확대됩니다. 지역주민이나 국민의 행복지수도 그렇게 결정됩니다. 얼굴 찌푸린 사람보단 명랑한 사람 사귀는 게 이롭고, 좋은 물에서 노는 게 더 좋습니다. 이웃이 흥해야 내가 흥하는 이유입니다.


자료출처 :“Dynamic spread of happiness in a large social network”

행복은 전염된다 : 네이버 도서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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