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2035년까지 세계 경제에 1.8경 달러 규모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
세계경제포럼(WEF)의 우주 부문 책임자인 니콜라이 클리스토프(Nikolai Khlystov)와 게일 마코비츠(Gayle Markovitz)가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 < Space: The $1.8 Trillion Opportunity for Global Economic Growth >의 타이틀이다. 우주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한마디로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서 경제적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의 거대한 도전들에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다. 우주기술은 이미 기상 예측과 통신, 위치 추적 등으로 재난 방지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한편에선 사회·경제적 편익의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과 보건의 영역을 확대하고 경제활동을 넓히며, 농업과 천연자원, 환경변화에 대한 감시로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일들이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등장
그동안 우주는 먼 곳에 있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주도했던 우주개발은 냉전 대결의 구도에서 과학기술로 도전했던 ‘최초’의 성과들은 곧 체제의 우월성을 상징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우주개발은 곧바로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근 미국·서유럽 대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러시아는 자국의 우주정거장 ‘미르’를 미국과 공유했고, 미국은 자국의 우주왕복선들에 러시아 우주인과 보급품도 함께 실어 날랐다. 그리고 미국은 독자적인 국제우주정거장 건설계획을 접고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우주국(ESA) 소속 국가들과 캐나다, 일본 등 15개국을 참여시켰다.
2000년대에 들면서 새로운 우주개발의 시대가 열렸다. 우주의 경제성에 눈을 뜬 민간 자본들이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로의 변화를 나타내는 용어. 정부가 우주개발 전반을 떠맡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와 달리 지금은 투자의 약 80%가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 현재 우주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3사’는 IT기업을 이끄는 억만장자들이 세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이다. 먼저 2000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2002년에는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했고, 2004년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회장이 버진갤럭틱을 창업했다. 몇몇 강대국이 주도하던 우주 프로젝트의 참여국도 늘어났다. 우주개발에 참여하는 나라는 2012년 33개국에서 2022년 86개국으로 늘었고, 그해에만 모두 170여 회가 발사되었다. 이틀에 한 번씩 우주선이 날아오르는 스페이스 러시(Space Rush)가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왜 우주로 향하는가.
우주경제란?
우주경제(space economy)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의 개발·제작, 그리고 위성이 보내오는 수많은 데이터가 민간에 이용되면서 돈 되는 사업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시장의 약 75%를 차지하는 위성 데이터 서비스는 네비게이션과 방송, 인터넷 등에서 빠르게 시장이 늘여가고 있다. 새로운 경제가 등장한 것이다. 우주산업이 창출한 이 경제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했던 OECD는 논의 끝에 2012년 < Handbook on Measuring the Space Economy >를 내놓았다.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탐험과 연구, 이해와 관리, 그리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민간에 제공되는 가치와 편익을 창출하는 모든 자원의 활동과 이용”을 ‘space economy’로 정의했다. 글로벌 산업표준 목록에 우주산업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지금도 우주경제는 기상과 에너지, 통신, 보험과 운송, 해운과 항공, 도시개발 등에서 서비스의 창출로 경제적·사회적 편익을 늘이고 있다. 쏘아 올리는 위성의 종류도 목적에 따라 통신위성, 과학위성, 기상위성, 지구관측위성, 군사위성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기후변화 관측, 투자금융, 우주잔해물 처리, 우주 국방과 통신 활용 등 다섯 가지 과제는 각국 공동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뒤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독자 모델 누리호를 발사해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들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앞서 2022년 스페이스X로 발사된 달 탐사선 다누리호는 달의 궤도에 안착해 정보들을 보내오고 있다. 지난 5월 우주항공청의 개청은 대한민국이 우주산업에 본격 진입한다는 선언이다. 업계에는 KAI와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대기업을 포함해 중견·중소기업까지 모두 133개 업체가 항공우주진흥협회의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숫자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대학의 눈도 이제 우주를 향하고 있다. 이미 국내의 몇몇 대학들이 누리호에 자체 개발한 소형위성을 탑재해 올렸지만, 지상국과 교신 이후에 수행한 미션이 확인된 건 아직 없다.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 종합대학인 우리 대학의 우주를 향한 최근 성과는 어떨까? 최근까지 언론에 보도된 일부 내용 발췌에서 KAU의 향후 역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우리대학의 도전과제들
# 작년 12월 제주도 남쪽 해상에선 순수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지구관측 위성인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이 자체 개발된 고체연료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올랐다. 이후 교신까지 무사히 성공한 SAR은 한국의 민간 우주개발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용이라곤 하지만 SAR는 미래형 무기 체계 개발을 위해 우주까지 범위가 확대된 군사위성이다. 국내 최초 민간 주도로 개발한 한화시스템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SAR 위성 프로젝트를 이끈 연구책임자가 바로 우리 대학 항공우주공학과의 오현웅 교수다.
# 지난 7월 9일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 6호 로켓으로 발사된 초소형 위성 ‘OOV-Cube’가 발사 후 6일 만인 지난 15일 첫 교신에 성공했다. 발사 후 태양전지판 충전 시간 소요로 교신이 지연되다 마침내 베를린공과대학교(TU Berlin)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하며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다. 이 위성의 임무가 성공하면 저비용으로 높은 신뢰성을 구현하는 초소형 위성 플랫폼 기술이 검증되어 유럽 시장에서 입지가 강화되고 향후 추가 기술 검증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이 OOV-Cube 위성의 개발자는 우리 대학 스마트드론공학과의 윤지중 교수다.
# 경기도가 국내 최초로 ‘기후위성’을 발사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7월 16일 국회에서 개최한 ‘글로벌 RE100 압박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기후위성’ 발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개발에 들어갈 이 위성을 통해 재난 대비, 농업 축산업 분야, 도시 확장 및 개발 등에 필요한 각종 기후 데이터와 영상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위성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 창출도 가능해진다. 그 중심에는 우리 대학이 있다. 이보다 한참 앞서 2006년 국내 대학 연구실 최초로 큐브샛 ‘한누리 1호’를 개발해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남겼고, 2023년 국내 최초의 민간 우주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가 재학생 시절 로켓동아리에서 역량을 키운 곳도 이곳 한국항공대학교 캠퍼스다.
지금 우주가 자동차와 스마트폰, TV, 가전제품을 통해 우리 일상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한국항공대학교에는 지금 국내 대학 최강의 소형위성개발팀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이번에 선정된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항공우주 인재양성 부트캠프‘에 참여할 학부생들까지 역량을 쌓는다면, 그들이 활동하게 될 무대가 바로 우주경제다. 이제 우주는 빠르게 다가온 우리의 미래가 되었다. 세상을 바꿀 우주에 대한 이해를 도울만한 책과 칼럼을 소개한다.
<총장의 메시지>
-[총장의 메시지_39] 디지털 시대의 안타까운 의대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