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38

전공선택이 자유로운 대학

뇌신경과학 기업인 ‘뉴럴링크’는 지난 3월 사지마비 환자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뇌에 칩을 삽입한 환자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두며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장면입니다. 뇌에 칩을 심은 돼지, 손놀림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 영상을 공개한 지 3년만입니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AI의 연결을 위해 2016년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는 칩을 통해 뇌 질환 및 질병을 치료하는 게 목적이지만 AI가 인간의 생각을 뇌파로 소통하는 세상을 지향합니다. 이에 앞서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퀀텀컴퓨터 ‘시커모어’가 일반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난제를 200초 만에 푸는 실험 결과를 게재하였습니다. 시커모어는 구글이 2013년 AI연구소를 설립해 개발한 컴퓨터 칩입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칩이 인간의 뇌에 연결될 때 지금 우리가 하는 공부에는 종말이 올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은 대전환기에 들어섰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교육의 콘텐츠와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엔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그 위기가 앞당겨졌습니다. 내년부터 ‘에듀테크 혁신’을 통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교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공부한 고교생들이 2028년부터 대학에 들어옵니다. 대학 교육이 그래서 먼저 변해야 합니다. 그 변화엔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수요자의 결핍, 고객의 니즈를 꿰뚫은 온라인 사이버대학들의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미네르바 대학교(Minerva University). 2014년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설립. 본부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있는 이 대학은 입학하기가 하버드대학보다 까다로운 걸로 유명합니다. 학생들은 서울, 타이페이,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하이데라바드, 도쿄 등 세계 7개국의 거점을 순회하며 공부합니다. 원격 교육 모듈과 거주, 체험 학습을 융합한 일체형 교육은 토론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대학이 지난달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동대학교와 커리큘럼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개교 때부터 기존의 틀을 깬 혁신은 이들 대학의 공통점. 국내에는 이를 벤치마킹한 태재대학교(https://www.taejae.ac.kr)가 작년에 설립되었고, 의료·바이오, IT, 신에너지·환경 등의 융합학부에 학생 300여 명과 교수 40여 명을 두는 사이버대학 카이저공대(KAISER)가 2026년 고양특례시에서 개교를 준비 중입니다. 대학의 판도를 바꿀 정도까진 아니라도 기존 교육에 대한 도전을 주목해야 합니다.

한쪽에선 온라인 교육도 뜨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교육기술기업은 코세라(Coursera Inc.). 이 회사는 스탠퍼드대학의 앤드류 응, 대프니 콜러 두 교수가 2012년 창업한 온라인 공개강좌(MOOC) 플랫폼입니다. 구글, 아마존, 리눅스, 인텔, IBM 등과 파트너를 맺고 전 세계 명문대학을 포함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학습 플랫폼 중 하나로 현재 1억4천200만여명의 학습자가 있습니다. 수강생은 콘텐츠를 강의로 듣고 피드백을 받으며 인증서도 받습니다. 지금은 AI 번역 기능이 도입되어 그간 영어로 제공하던 4천400여 개의 강좌가 22개의 언어로 제공됩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연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이 코세라를 통해 99개 강좌를 개설하면서 등록 학습자는 작년 말 기준 72만1천명, 2019년에 비해 4년 새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하단 링크 기사 참조)


코세라(Coursera)의 제프 마지온칼다 최고경영자(CEO)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졌고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속도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이 4년간 대학에 머무는 동안에도 배우는 지식은 낡은 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초등학생의 65%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직종에서 일하게 된다는 게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담긴 예측입니다.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저서 「제3의 물결(1980)」에서 이미 재택근무, 전자정보화 등을 예견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2007년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던졌던 말입니다.

존경하는 교·직원 여러분,
1학기 학사일정이 무난히 마감되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잘해 주신 덕분입니다. 우리 대학은 연초 시무식에서 제가 밝힌 대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한 혁신 중입니다. 하던 걸 바꾸는 건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일입니다. 혁신의 다른 말은 ‘창조적 파괴’. 그냥 파괴가 아니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대학에도 변화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처음에 엄두도 내기 힘들었지만, 구성원들의 협조로 몇 가지 도전에 착수했습니다. 내년부터는 학과 단위의 벽을 허물고, 무전공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게 됩니다. 신입생들은 이제 학과 또는 학부 구분 없이 원하는 대로 두 개의 전공 트랙을 선택하게 됩니다. 카이스트, 포항공대, 한동대처럼 “전공선택이 자유로운 대학”이 됩니다. 학생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만큼 전공별 프로그램은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란 게 본래 공급자가 피곤한 갑을의 불평등한 구조입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이게 잘 정착된다면 우리 대학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학으로 변하게 될 겁니다. 작고 탄탄한 글로벌 대학, 항공우주 교육의 ‘히든 챔피언’, 아시아의 탑 티어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보람 가득한 충전과 힐링의 여름휴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코세라, AI 번역 도입…4천400여 개 강좌 한국어로 본다 | 연합뉴스 (yna.co.kr)



<총장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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