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30

‘핑크 펭귄’

‘펭귄, 위대한 모험(La Marche de l'empereur)’. 2005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로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고 국내에도 2018년까지 두 차례나 시리즈로 소개된 영화입니다. 수천수만의 펭귄 떼가 연출하는 장관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4년마다 짝짓기 시즌이 되면 산란지를 향해 떼지어 이동하면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면에선 모두 똑같아 보이는 게 이채롭습니다. 서로 구별할 수 없다 보니 펭귄들조차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해 종종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들 눈에도 서로 헷갈리는 겁니다. 펭귄의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이 가는 대목입니다.

오늘날 기업과 비즈니스맨들이 처한 상황도 사실은 이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날 좀 봐달라’며 어필하지만, 정작 소비자의 눈에는 펭귄 무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매장에서 칫솔 하나 고르기도 어렵습니다. ‘Penguin problem’입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한눈에 알아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고객이 알아서 찾아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빌 비숍(Bill Bishop)은 ‘핑크 펭귄’이 되라고 말합니다. 전 세계 4천여 개 기업의 빅아이디어 창출을 도운 그가 집필한 저서 < The Problem with Penguin, 2010 >은 국내에 < 핑크 펭귄, 2017 >로 번역되어 이미 27쇄나 출판되었습니다. 비숍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러합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자신을 돋보이려면 작은 변화로는 충분치 않다. 그저 그런 게 아닌 ‘새롭고, 더 나으며, 전혀 다른’ 빅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보기에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팔고, 비슷한 스토리를 전하는 방식으론 수많은 공급자가 드나드는 시장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 수많은 남극의 신사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핑크색 펭귄이 되려면, 고객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빅아이디어를 창출해 내야 한다.


핑크 펭귄(빌 비숍, 스노우폭스, 2021)

이게 없으면 전략과 전술을 아무리 잘 짜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시중에 넘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별반 다르지 않은 아이디어들로 경쟁하는 한쪽에서 나이키, 맥도널드, 스타벅스, 루이비통이 돋보이는 건 분명한 경쟁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절감을 하든지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게 기본적인 경쟁전략이지만,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그 한방이 이들에겐 있다. “평범하면 까이고, 묻히면 죽는다!”

기업들은 대부분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의 형태, 기능, 가격을 조금 바꿔놓고 이번에 우리가 출시한 건 특별하다고 광고하지만 정말 새로운 건 별로 없다. 그들이 말하는 변화를 고객이 먼저 알아채지 못한다. 지금 방 안의 온도는 22도. 누군가가 들어와 온도를 22.5도로 올려놓는다고 해도 아무도 0.5도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걸 30도쯤 올리면 사람들은 스웨터를 벗고 던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누가 온도를 이렇게나 올려놨어? 찜통을 만들어놨네.” 진짜 차별화는 이렇게 소비자가 먼저 체감하게 하는 것. 몸집이 조금 크다고, 목소리가 좀 특이하다고 해도 수많은 펭귄 사이에서 눈에 띌 리 없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달라야 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신념, 자화자찬을 잠시 멈추고 자문해 보자. “나는 그냥 펭귄인가, 핑크 펭귄인가?”

경쟁적 환경에선 학교나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마다 혁신을 내걸고 있지만, 대학을 선택하는 수험생이나 평가자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똑같은 펭귄입니다. 교과과정, 취업률, 장학금, 산학협력, 국제 프로그램, 무엇 하나라도 분명한 게 없다면 고객의 주목을 받기 어렵습니다. 고객을 찾는 게 아니라 고객이 나를 찾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지금 학과 간 벽 허물기와 전면적인 교과과정 개편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돋보이게 할 ‘핑크 펭귄 프로젝트’입니다. 이게 성공한다면 KAU는 수도권에서 돋보이는 ‘핑크 대학’으로 단번에 업그레이드될 겁니다. 경쟁에선 재학생 여러분도 핑크 펭귄이 되어야 합니다. 취업 시즌마다 인재를 찾아다니는 산업체들의 눈은 예리합니다. 각자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해 역량을 쌓아 그들에게 돋보일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합시다.


[허희영의 서비스경영ㆍ33] BTS 성공 요인, 분명한 타깃 설정이 신의 한수 - 매일산업뉴스 (ims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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