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 Done!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은 1964년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20%의 학생들 명단을 교사에게 넘겨주면서 지능지수가 높아 앞으로 성적이 오를 학생들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8개월 후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의 평균 점수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무작위로 뽑아 지능에 차이가 없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성적의 차이는 교사의 기대와 격려 때문이었습니다. 로젠탈 교수의 또 다른 실험. 선생님이 어떤 학생을 평가하는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말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아 비언어적 소통만으로 그들은 그 내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정확히 맞혔습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Pygmalion)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진짜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걸 지켜본 그리스 신화 속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 심리적 행동의 하나로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걸 ‘로젠탈 효과’라고 합니다.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일맥상통하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 경영학 원론에는 감성이 이성보다 먼저라는 걸 밝힌 유명한 실험이 늘 소개됩니다. 1924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의 엘튼 메이요(Elton Mayo) 교수팀은 수년간 일리노이주 호손(Hawthorne)의 공장에서 근로자를 대상으로 작업 환경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밝은 조명과 어두운 조명을 번갈아 가며 작업능률을 실험했는데, 당시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연구자에 의해 관찰되고 있음을 의식했습니다. 그 관심만으로도 조명과 상관없이 생산성은 향상되었습니다. 이후 8년간 계속된 호손실험에선 작업 조건이나 경제적 유인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자 했지만, 결과는 종업원의 생산성이 경제적·물리적 조건보다는 오히려 경영자의 관심과 인간적 배려, 감성적 요인 등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로 경영이론에는 인간관계론이 새로운 조류로 등장했고, 인사관리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늘날 감성경영의 출발인 셈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관심이란 햇살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상대방의 행동은 더 강화되고, 무시되면 그 행동은 위축됩니다. 사람들이 잘못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 그리고 잘하는 것을 알아채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쉬울까요?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쪽이 물론 쉽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일을 망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이 더 똑똑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직원들이 일을 잘못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타나 ‘지적질’하는 이 ‘뒤통수치기’는 그냥 놔뒀다가 혼을 내는 고전적 관리방식입니다. 멀쩡한 사람을 아예 나쁜 사람으로 낙인(烙印)을 찍어 스스로 나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도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잘한 걸 알아내려면 참을성과 자기 억제가 필요합니다. 때론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사고방식은 과정을 칭찬하고,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에너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사람마다 못하는 걸 잘하도록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모든 사회생활에서는 신뢰가 중요하고, 그 신뢰는 칭찬으로부터 형성되기 시작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만듭니다. 아쿠아리움에서 고래가 춤추는 걸 보고 사람들은 탄성을 지릅니다. 바다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육식 동물인 범고래조차 조련사의 동작 하나하나에 따르는 건 물론 반복된 훈련의 결과. 그 훈련의 방법은 한마디로 칭찬입니다. 잘못하는 걸 지적하는 대신 무관심을 보이고 잘할 때마다 제공되는 보상으로 긍정적 행동을 하나씩 강화해 나갑니다. 고래의 행동은 그렇게 해서 하나씩 바뀝니다. 칭찬은 고래보다 인간에게 더 유익합니다. 칭찬이라는 보상이 사람에게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지는 수많은 연구가 증명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도전했던 노력과 열정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가장 소중한 보상입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긍정적인 면을 보고 강조할 때 신뢰는 쌓입니다.

무관심은 최대의 적입니다. 칭찬하는 그 노력의 과정은 곧 움직이는 칭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우리 대학은 이번에 발표된 2023학년도 교육부의 혁신지원사업 평가에서 쟁쟁한 수도권 51개 대학 중 10위를 거두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교수님들과 직원 여러분의 헌신, 교과과정을 충실히 따라준 우리 재학생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칭찬이 있어야 KAU의 자존감의 살아나고 잠재력이 발휘됩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을 믿고 따른다면, 지금 추진 중인 사업들의 연이은 성공이 하나씩 더해져 전통 명문대학 KAU의 부활은 머지않아 실현될 것입니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원제는 Whale Done!]. 칭찬의 힘을 빗대 "Well Done!"을 살짝 비튼 제목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스페셜 에디션) : 네이버 도서 (naver.com)



<총장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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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메시지_21] 거꾸로 하는 강의, 플립 러닝의 시대.
-[총장의 메시지_20] 부자가 되는 법, 그건 따로 공부해야 합니다.
-[총장의 메시지_19]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글로컬 위기
-[총장의 메시지_18] 난 시험 잘 봤는데... 학점이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