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 북상하는 글로컬 위기
- 2023 하계 교수연수회(2023. 6. 26) 개회사 발췌 -


팬데믹이 지나간 캠퍼스에서 활기차게 시작했던 1학기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학사일정을 충실히 마치게 된 것은 그동안 교육과 연구에 충실히 매진해오신 교수 여러분 덕분입니다.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올해는 우리 대학 혁신의 원년(元年)으로 여러분 모두 어느 해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특히 학사 구조의 개편을 맡아오신 학부장과 교수님들, 행정업무 개편이 있었던 직원들의 노고는 남달랐을 겁니다. 예전과 전혀 다른 교육 환경 변화로 전국의 대학들이 생존을 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시작된 지각변동에 대비하는 선제적 노력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대학의 위기입니다. 심각한 수급불균형 때문입니다. 올해 고교 3학년 학생 수는 39만8000명인데, 대입 정원은 51만 명으로 11만 명이 더 많습니다. 작년 신생아 수는 24만9000명. 이들 모두 2041년에 대학에 들어온다고 해도 지금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우게 됩니다. 지난 20일 교육부는 지방대학의 집중 지원을 위해 글로컬 15개 대학을 예비 지정했습니다. 10월 최종 발표에선 이 중 5개 내외의 대학이 탈락하고, 이 방식으로 매년 10개씩 2026년까지 모두 30개 대학이 가려지게 됩니다. 글로컬 대학 선정을 위한 평가의 핵심은 종전의 낡은 틀을 깨는 혁신기획서의 강도입니다. 문제는 글로컬 선정으로 구조조정으로 체력과 몸집을 커진 지방대학의 막강한 흡인력이 새로운 위협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폭풍 전야의 수도권 대학들이 지금 바짝 긴장하는 이유입니다. 디지털 세상이 가져올 온라인 교육의 변화까지 더해지면 대학의 미래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이번 예비 지정에선 이미 ‘AI대학 모델’을 내건 대학도 있습니다.


이즈음에서 우리끼리 적어도 현실이 될지도 모를 미래 상황의 심각성을 솔직히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항공대와 인하대, 인하전문대 등 세 대학을 두고 있는 정석인하학원 역시 변혁기의 새로운 조류에 무심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대학의 특성화 지위가 모호해지고, 재정난에 빠져드는 순간 우리 대학은 곧바로 존립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총장 취임 직후부터 제가 대학의 위상 강화를 위한 혁신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우리 대학만의 강점을 하나씩 찾아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건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여러분!

항공우주 종합대학의 풍부한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침체의 굴레부터 우리는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곳곳에 여전히 스며 있는 무사안일의 정체된 문화만 걷어낸다면, 지금의 조직만으로도 얼마든지 특성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항우기와 항전정, 경영학부 등 3개 학부를 6개 학과로 모집 단위를 바꾸는 학사 구조의 개편을 마쳤습니다. 올가을부터는 개편된 학과별 모집 단위로 2024학년도 신입생 수시전형을 시작하게 됩니다. 지난 학기 부분적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2학기 중에는 교과과정의 개편작업에 모든 학부(과)가 나서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양성을 위해선 산업계의 요구와 대학의 미래를 이끌 교수님들의 전문성이 새로운 교과과정에 충분히 담는 일입니다. 구성원들의 팀워크가 작동하는 집중력, 학부(과)장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역동적인 민간기업의 조직문화가 그래서 필요합니다. 경쟁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정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에 충실해야만 작고 강한 대학이 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에서 UAM과 우주기술에 이르는 폭넓은 전공 분야를 운영하면서도 방만하지 않은 학사 구조와 행정조직은 우리 대학의 강점입니다.


변화는 교육의 주체인 교수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합니다. 여러분이 곧 우리 대학의 경쟁력입니다. 해마다 북상하는 벚꽃의 위기가 마침내 수도권에 근접했습니다. 단합된 힘으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지금보다 한층 밝은 분위기에서 내년 교수연수회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즐겁고 유익한 여름방학 보내시고 신학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총장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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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메시지_17] 화전을 확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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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메시지_15] 영웅이 많아야 대학의 문화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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