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의 인생을 가장 짧은 시간에 위대하게 바꿔 줄 방법이 무엇일까? 독서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정보싸움이 치열한 월가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 그는 투자에서도 단기간에 성공하려면 독서가 최고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지독한 독서광입니다. 책과 잡지를 통해 사업의 방법론을 배운 그는 돈 버는 방법도 책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습관은 집중 독서입니다. 어떤 분야를 알아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자료와 도서를 모두 수집해 집중적인 읽기에 들어갑니다. 먹잇감으로 정한 투자대상에 관해서 만큼은 철저한 정보수집을 통해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고 미래를 꿰뚫어 보는 통찰을 얻으려는 그만의 남다른 노력입니다.
#2. 다음 주 수업이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남들 앞에서 발표할 준비 때문입니다. 우선 발표할 자료를 먼저 준비하고 대본을 따로 만들 생각을 합니다. 대본을 여러 번 읽고 또 읽어 외우는 방법입니다. 이 ‘반복 학습’의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그간의 경험을 생각해 보니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일단 준비된 발표 자료를 한번 읽고 바로 슬라이드 모드로 발표 연습을 하는 겁니다. 처음엔 서툴겠지만, 키워드가 익숙할 때까지 반복하는 이 방법을 ‘회상 기반의 학습’이라고 합니다.
회상 기반 학습이 훨씬 어렵고 충분히 학습될 때까지 시간도 꽤 걸립니다. 그래서 사실 많은 사람은 쉬운 길, 즉 반복 학습의 방법을 선택하곤 합니다. 그러나 학습심리학 연구들은 어려운 방법, 즉 회상에 기반한 학습이 반복 학습보다 질적으로 훨씬 낫다고 합니다. 키워드에 기반한 회상 학습은 망각을 줄이고, 학습한 내용을 유연하게 활용토록 하며, 내용 간의 새로운 연관을 생성시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학습 역량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워야 한다는 게 학습이론에선 일종의 법칙입니다.
쳇GPT에 키워드 몇 개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는 인공지능(AI)의 시대입니다. 그래도 독서는 여전히 중요할까요.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유용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쟁에서 승부를 걸긴 어렵습니다. 정보를 자신의 지식으로 바꾸는 학습이 뒤따라야 합니다. 창의력으로 우열을 가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보편적 답안지만으론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어려운 걸 학습할 때 우리 두뇌는 상황 타개를 위해 뇌 전반에 걸쳐 저장된 수많은 배경지식을 활성화합니다. 학습할 내용을 비교·검토하는 복잡한 정보 처리 과정을 거치고, 학습된 내용이 정리되어 연결성을 갖는 형태로 뇌에 저장됩니다. 이 풍부한 연결성이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는 게 학습이론의 배경입니다.
글을 매개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영상 매체와 크게 다릅니다. 일단 글자라는 시각적인 상징을 음성으로, 이를 다시 의미로 전환하는 과정 자체가 간단치 않습니다. 책은 영상물보다 내용을 더 깊이 있게 다루며 복잡한 위계적인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면의 제한 때문에 높은 함축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글을 읽고 하나의 응집된 아이디어를 파악하기 위해선 집중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독서를 하려면 집중력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학습의 본질을 어렵게 만드는 건 책뿐이 아닙니다. 심리학이 찾아낸 ‘간격 학습’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실질적인 변환을 돕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눠서 암기할 때 노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입니다. 한꺼번에 암기하는 것보다 시간적 간격을 둘 때 학습효과가 커지는 현상을 심리학에선 간격 효과(spacing effect)라고 합니다. 아무리 달달 외웠어도 한 시간만 지나면 56%, 하루가 지나면 67%를 망각하게 된다는 걸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밝혀냈습니다. 학습의 간격을 늘일수록 망각의 확률이 감소한다는 ‘망각곡선’입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한꺼번에 외우는 건 효과가 별로입니다. 한 달쯤 지나면 어차피 90%는 까먹을 내용도 시간적 간격을 두고 떠올리면 오래 기억됩니다. 하루 만에 달달 외우고 덮어버리면 시간적 거리가 없지만 다음 주에 또 외우면 일주일간의 시간적 거리가 생기고 일주일 후에 또 외우면 2주일간의 시간적 거리가 생기는 겁니다. 번거롭더라도 학습의 간격을 넓힐수록 ‘나’의 공간이 마법처럼 커지게 됩니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이 거셉니다. 지난 3월 OpenAI가 개발한 GPT 시리즈의 4번째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이젠 한 줄의 명령만으로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 점수를 받을 만큼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기계학습의 결과물을 활용하는 건 이제 보편적 능력입니다. 앞으로는 AI가 제공하는 지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학습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역량이 결정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정보를 읽어내는 학습 능력입니다. 정보의 이해를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독서의 속성이 역설적으로 뇌의 학습 시스템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독서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부분 사람이 직관적 지식, 정보에 매몰돼 있을 때, 독서로 인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더 빛을 발하는 시대입니다. 독서는 우리의 뇌를 효과적으로 똑똑하게 하고, 어렵게 배울수록 효과는 오래갑니다. (끝)
<총장메세지>
-[총장의 메시지_15] 영웅이 많아야 대학의 문화가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