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많아야 대학의 문화가 바뀝니다.


대학은 각종 인센티브와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 참여를 독려하고, 혁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한다.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는 교수’들이 있다. 이른바 ‘막가파’ ‘마이동풍’ 교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교 일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루에 몰아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날에는 학교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 교수’, ‘교수학습 워크숍이나 각종 프로그램에 단골로 빠지는 교수’, ‘학생 지도는 형식적으로만 하는 교수’, ‘학과 교수회의는 물론 대학의 여러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교수’ 등등. 지금 대학에는 대학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지키지 않는 교수가 너무 많다. 이들의 ‘태업에 가까운 몰상식한 행동’에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오늘의 대학 상황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일부 ‘원로 교수’들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년 보장 교수로서 신분상 안전이 보장되고, 연봉도 다른 교수와 비교해볼 때 월등히 높다. 문제는 이들이 결정적일 때마다 ‘나만 말고’ ‘냅 둬요’ ‘나 나간 다음에 해’ 등 혁신에 어깃장 놓는 짓을 서슴없이 해댄다는 것이다.


이들은 혁신의 대열을 흐트러트리며 대학 내 혁신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교수사회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구성원이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들로 인해 혁신 동력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제 대학은 핑계 댈 곳이 없어졌다. 그동안 ‘안 되면 정부 탓’이었다. 일부 대학의 주장이 먹혀들었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혁신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공이 대학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냉소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판치는 대학 문화를 바꿔야 혁신은 성공할 수 있다.


총장이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달 한국대학신문에 게재된 사설(3.31)의 일부입니다. 불편하긴 하지만 취임 이후 줄곧 혁신을 외쳐온 저는 솔직히 이 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혁신’을 외면하는 대학은 어느 순간에 자신의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많은 환경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자문하곤 합니다. 대학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학은 교수를 위한 조직인가, 아니면 학생을 위한 조직인가? 대답이 분명한 현실에서 이는 한가한 질문일 뿐입니다. ‘고객 맞춤형 교육’과 ‘학생을 위한 조직’이 지금 대학사회의 화두입니다.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선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대학이 생존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인 산업혁명에서 교수는 이제 변화의 대상입니다. 상아탑을 쌓아놓고 무풍지대에서 안주해온 대학일수록 조직의 문화는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文化)란 대체 무엇일까요.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룩해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의식주를 비롯해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하는 보통의 흔한 말이지만, 이게 조직문화, 기업문화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그 의미가 절실해집니다. 조직의 생존과 발전의 밑거름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에 있어 문화는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1980년대 기업경영에 새로운 조류를 형성했던 건 테렌스 E. 딜과 앨런 A. 케네디는 저서 「Corporate Culture(1987)」에서 조직문화의 구성요소로 환경의 변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 그 가치의 구현자인 영웅(hero), 의례와 의식,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등 다섯 가지를 꼽았습니다. 크건 작건 강한 기업일수록 그들만의 독특하고 강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대학이 안고 있는 핵심 가치와 영웅의 부재, 그리고 밑바닥에 꽈리를 틀고 있는 무사안일과 냉소주의가 문제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대학만의 조직문화를 생각해 봅니다.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항공우주산업의 환경, 이중 삼중의 재학생 선후배-졸업생 멘토링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다른 대학에 없는 우리 대학의 강점입니다. 우리 대학은 썩 괜찮은 편입니다. 조직변화를 수용하는 구성원들과 변함없는 캠퍼스의 면학 분위기가 여전하고, 연구와 교육의 가치를 구현하는 교수와 졸업생들이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초로 태양전지 발전효율 향상기술을 개발한 신명훈 교수연구팀, 국내 최초의 상업용 로켓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 각종 대학생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재학생들. 이들이 바로 대학사회가 추구하는 연구와 교육의 가치를 구현해 낸 항대의 영웅입니다. 구성원들의 표상인 영웅이 많아야만 무사안일과 냉소가 사라지고 건강한 캠퍼스 문화가 형성됩니다. 대학의 가치를 구현하는 영웅이 많아야 문화가 바뀌고, 강한 대학을 만듭니다. 우리 대학의 문화를 바꾸는 영웅들의 탄생을 자축합니다.(끝)




<총장메세지>

-[총장의 메시지_14] 장교리더쉽의 재발견
-[총장의 메시지_13] "올해는 명문 대학 부할의 혁신 원년 입니다"
-[총장의 메시지_12] 2023학년도 신입생 입학식 환영사 "인생의 여정은 대학이 출발지입니다."
-[총장의 메시지_11] 2022 전기 학위수여식 식사
-[총장의 메시지_10]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