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59

U자형 행복 곡선
- The Happiness Curve -

“청춘을 청춘들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이 말은 젊은 시절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입니다. “니들은 좋겠다, 무슨 걱정이 있겠냐.” 기성세대의 막연한 부러움은 젊은이들이 마주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선배들이 그래왔듯이 부단히 스펙을 쌓아 취업의 문을 두드리거나 목표하는 삶을 위해 역량을 쌓고 있지만,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듭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불확실한 인생에 대한 갈등과 번민은 예나 지금이나 대학생이면 누구나 거치는 과정입니다. 신입생 시절이 지나면 지혜(‘sophos’)와 미숙함(‘moros’)이 교차하는 시기 2학년을 그래서 ‘sophomore’라고 합니다. 지혜가 머리를 지배하는 4학년을 마치고 대학 문을 나서려면 인생 설계도가 있어야 합니다. 바깥의 초년생 시절도 세상을 탐험하면서 도전과 실패로 역량을 쌓아가는 다음 단계의 학습입니다. 서두를 건 없습니다. 성공은 초년보다 중년 이후가 진짜입니다. 청춘에 심는 지금 꿈의 씨앗을 중년 이후에 만개한 꽃으로 즐기는 게 좋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치열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불안과 나태를 오가며 황금 같은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버나드 쇼의 말대로 값진 청춘의 낭비입니다. 인생을 항해하면서 누구나 평온한 바다를 꿈꾸지만, 수많은 파도와 섬을 만나고 헤어집니다. 장애물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행복곡선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조너선 라우시(Jonathan Rauch)는 저서 <행복곡선(The Happiness Curve, 2018)>에서 인생의 여로를 통해 행복이 변하는걸 설명했습니다. 인생은 본래 고단하고, 생각대로 풀리지도 않습니다. 원하는 대로 빠르게 경력 쌓기도 어렵고, 부와 명성이 계획대로 성취되지 않다는 걸 깨달으면서 기대치는 내려갑니다. 중년은 그래서 실망, 증발하는 열망을 경험하는 고난의 시기입니다. 누가 봐도 번듯한 사람이 가장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도 역설적입니다. 권력을 얻고 부를 쌓는다고 그만큼 더 행복하지도 않다는 얘기입니다. 2000년대 들면서 행복의 심리를 연구한 학자들은 인생의 만족도가 U자 곡선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유년과 청년기의 높은 행복은 성인이 되면서 줄어들고 불만과 스트레스, 불행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중년들은 직업의 불안, 시간에 쫓기는 일상, 자녀와 고령의 부모로 삶의 중압감을 맛봅니다. 실망이 늘고 낙관이 줄면서 성취를 음미하지 못하고 행복감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인생의 만족도는 경제적·사회적 성취와는 관련이 깊지 않습니다. 심리학자, 뇌과학자, 행복의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성인의 발달단계에서 은퇴, 교육, 잠재력에 대한 사고(思考)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50세 이후로 봅니다. 그래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을 겪은 중년이 지나면 회복의 시기가 옵니다. 그 반등은 일시적인 기분 변화가 아닙니다. 만족감은 노년까지 이어지며 심지어 육체가 쇠약해지고 병이 들어도 유지됩니다. 가치관과 만족감의 원천이 바뀌면서 ‘나’라는 존재가 바뀌는 겁니다. 행복에 대한 통념과 과학적 증거가 갈리는 대목입니다. 사회학자들은 이 단계를 ‘앙코르 성년기’라고도 부릅니다. 살아온 인생을 다시 살아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어떻게 답할까요.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대답이 극히 예외적인 건 나이 50 이후에 느끼는 삶이 더 행복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불행한 사업가와 행복한 소작농. 이 역설처럼 행복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꿈꾸는 행복. 그 행복은 오롯이 여러분 각자의 몫입니다. 우리 청년들에겐 지금이 앞으로 다가올 인생의 고해(苦海)를 떠날 채비를 해야 할 시간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미국의 낭만주의 화가 토머스 콜(Thomas Cole)은 1840년부터 3년간 <인생의 항해, The Voyage of Life>라는 4편의 대형 유화를 완성해 불후의 명작으로 남겼습니다. 워싱턴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들은 유년기와 청년기, 중년과 노년을 각각 묘사하고 있어 잠깐 소개합니다 (출처: WikiArt, 작품 크기 133Cm☓198Cm).



유년
<유년> 희망과 환희로 가득 찬 시기. 어두운 동굴처럼 엄마 뱃속을 나온 듯 아기를 태운 배는 꽃들이 만발한 세상 밖에서 환희에 차 있고, 수호천사는 아기를 돌보는 부모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뒤에 서 있습니다. 뱃머리의 모래시계는 두 팔을 벌리고 신이 난 아이가 세월의 물길을 따라 여정을 시작한다는 걸 암시합니다.


청년
<청년> 밝은 세상과 질풍노도의 시기. 파란 하늘 아래 우거진 녹음에서 강물도 잔잔히 흐릅니다. 청년이 된 소년은 뱃머리를 조정하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수호천사는 뒤쪽 기슭으로 물러납니다. 청년은 저 멀리 꿈과 야망을 상징하는 성채를 향해 손을 뻗고 있지만, 뱃머리와 그의 얼굴은 성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열정으로 가득 찬 청춘의 질풍노도 속에서 도도히 흐르는 인생의 강물을 자칫 잊기 쉬운 나이입니다.


중년
<중년> 고난과 역경의 시기. 덥수룩한 수염의 성년이 된 그가 항해하는 모습이 어둡고 위태롭습니다. 물살의 격랑 속에서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는데, 바위틈을 흐르는 강물은 폭풍과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소용돌이와 물보라가 곧 벼랑에 다다랐음을 암시합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데 배는 급물살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를 도와줄 수호천사는 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혼자서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고난의 시기입니다.


노년
<노년> 인생 여정을 마감하는 시기. 주위가 어둡긴 하지만 중년 때보다 분위기가 차분합니다. 수호천사가 이제는 늙고 힘없는 노인을 영원의 물을 건너 천국으로 인도하는 모습. 주변은 컴컴하지만, 저쪽 하늘에는 천상에서 내려온 빛줄기가 비칩니다. 중년의 폭풍우를 견디는 동안 모래시계를 들고 있던 뱃머리의 황금색 천사는 사라졌습니다. 인생의 방향을 바꾸거나 시간을 볼 필요가 없는 시기입니다.


청춘의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대학은 인생 여정을 준비하는 곳. 그동안 나를 보호해 주던 온실을 벗어나 세상을 살아갈 삶의 가치를 정하고 항해에 필요한 역량을 쌓는 시간입니다. 행복이라는 담론은 빼놓을 수 없는 사유(思惟)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 인생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시론] 불평등을 인정해야 내가 행복해진다 - 대한경제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 조너선 라우시 – 교보문고



<총장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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