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경제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이란 위험을 뜻합니다. 14년째 내리막길의 속도가 빨라지는 잠재성장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 국가 경제를 이끌어 온 자동차,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경쟁우위 상실, 여기에 더해진 관세전쟁으로 올해는 전 세계 경제 주체 대부분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정도로 비관적입니다. 경제는 비상한 국면에 들어섰는데, 국내에선 증권투자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미래의 기업가치가 반영된 경기 선행지수가 이렇게 뜨고 있는 게 정상적일까요. 수요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에서 돈을 벌려는 투자자들의 욕구가 자극받아 분출된 결과입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길 원하는 인간의 욕구 때문임은 분명합니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이 경제에서 이 현상이 지속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
‘기대 반 우려 반’ 경제 현실에서 우리 청년들이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The Richest Man in Babylon)>. 이 책은 5000년 전 고대 바빌론을 배경으로 한 우화를 담은 투자론의 고전입니다. 바빌론은 유프라테스강 하부에 자리한 이라크의 고대 유적지. 기원전 18세기부터 무려 1500년간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로 번성하면서 당대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장악한 패권국 바빌로니아의 명실상부한 중심지였습니다. 바빌론의 통치자는 곧 세계를 통치할 만큼 위상이 높아 압도적인 문화력과 경제력을 자랑하는 이 대도시에선 인류 최초로 관개 농업을 시작했고 오늘날 시계의 60분 체계를 확립했으며, 교역을 시행한 국제도시로 로마에 앞서 인구 20만 명을 넘겨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바빌론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도시였다.
그 시대 바빌론 사람들이 가장 부유했기 때문이다.
바빌론 사람들은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금융원리를 실천하여 돈을 벌었고, 번 돈을 지키고, 그 돈으로 더 돈을 벌었다.
모두가 원하고 꿈꾸는 미래를 위한 수입원을 만들 줄 알았던 것이다.”
- 저자 서문 中 -
책의 저자인 조지 클레이슨(George S. Clason)은 사업가로 성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과 재테크의 지식을 일깨우는 불멸의 스테디셀러를 집필했습니다. 지금 국내에서도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고 있는 이 책은 1926년 처음 출간되어 지난 100년간 전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변하지 않는 ‘부의 비밀’을 가르쳐주는 명저입니다. 가난한 필경사였지만 부의 지혜를 얻고 이를 실천해서 바빌론 최고의 부자가 된 주인공의 가르침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나가면서 우리에게 금전 문제들을 이해하는 지혜를 주고,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방향을 제시합니다.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는 건 일시적인 행운이나 거액의 초기 자본이 아니라 돈을 대하는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복권 당첨자가 파산하고, 워렌 버핏이 투자에 연이어 성공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단순한 재테크 지침서를 넘어서 돈과 관련된 올바른 습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누구나 꾸준한 노력과 올바른 원칙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 재정적 안정과 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가지 부의 법칙과 7가지 부자의 비결은 요즘의 들뜬 투자 분위기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습니다. 이 원칙들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전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경제적 성공을 위한 기본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부의 축적은 복잡한 기술이나 비법에 있지 않습니다. 기본 원칙들을 꾸준히 실천하는 게 핵심입니다. 누구라면 알만한 독자들의 얘기가 생생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실천하자 정말 효과가 있었다." 이걸 몇 가지로 요약해 봅니다.
첫째, “수입의 10%는 너 자신에게 먼저 지불하라. 수입의 1/10은 무조건 남겨라.” 수입의 10%는 저축하고 20%는 빚을 갚고 나머지 70%로 생활하는 ‘1:2:7’의 단순한 법칙을 실천했을 뿐인데도 삶이 달라진 사람의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저축이 키워드입니다. 돈을 모으려면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게 아니라, 저축부터 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라는 얘기입니다. 둘째, “모은 돈을 일하게 하라. 황금이 현명한 주인을 만나면 자손을 낳는다.” 돈을 그냥 쌓아두지 말고 투자든 사업이든, 돈이 돈을 벌게 만들어야 합니다. 작게 시작하더라도, 돈이 일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셋째, “투자는 부화뇌동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낫다. 배운 후에 움직여라.” 본인이 잘 모르면서 남의 말만 믿고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책에서는 이 외에도 빚에서 벗어나는 방법, 부를 나누는 태도, 배움에 투자하라는 조언 등을 짧고 명료하게 전달합니다. 그러나 핵심 메시지는 한 가지. “가난은 숙명이 아니다. 부는 습관이고, 그 습관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맞습니다. 부자가 되는 법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실천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게 어려운 건 과도한 탐욕과 조급함 때문입니다. 번 돈을 쓰기에 앞서 먼저 떼어둔 돈을 일하게 만들고, 어리석은 투자를 피하는 이 단순한 원칙을 수천 년 전 바빌론 사람들은 실천해 부자가 되었고, 이는 지금도 부자가 되는 불변의 원리입니다.
국가도 국민 개개인이 얼마나 잘 사느냐에 따라 흥망이 결정됩니다. 먹고사는 일이 곧 경제입니다. 경제적 성공을 위한 준비는 금융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엄격히 가정하는 완전시장은 비현실적인 세계입니다. 경제학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경제의 원리가 이론대로 작동하는 곳도 물론 없는 건 아닙니다. 여기에 가장 근접한 게 증권시장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가 2개월째 3000을 훌쩍 넘어서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세간에선 ‘KOSPI 5000 시대’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증시가 시장경제의 꽃으로 불리는 건 실물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자 간의 거래로 모든 기업가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의 잣대인 주가지수가 시장 불균형으로 잠시 흔들리면 누군가 큰돈을 벌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효율적 시장은 언제든지 균형으로 되돌아갑니다. 올랐던 주가가 하락하면 돈 번 사람의 몫은 누군가의 손해가 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자산관리와 재테크의 원리에 충실해야 할 때입니다. 일확천금의 과욕을 경계하고,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를 생각하자는 말입니다.
<총장의 메시지>
-[총장의 메시지_57] AI 시대에 맞는 인간의 역량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