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57

AI 시대에 맞는 인간의 지능 평가


“디지털 전환과 AI 시대에 사람이 성공을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을 알려줘.” Chat GPT-4에 물었습니다. 대답을 요약해보니 성공의 요건으로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공감 능력과 적응력, 자기 주도성 등 다섯 가지로 정리되었습니다. 표현을 좀 바꿔서 물어도 역시 비슷했습니다. 모두 AI가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재는 지표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했습니다. IQ가 높으면 일도 그만큼 잘해 성공한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1910년대 지능지수 IQ가 개발될 때는 그 상관성을 굳게 믿었습니다. 인간이 지닌 다양한 능력은 지적 능력 하나만으론 설명되지 못한다는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1980년대 들어 하버드대학의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H. Gardner)는 저서 <Frames of Mind, 1983>에서 지능검사만으로는 인간의 모든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걸 밝혔습니다. 오늘날 교육·심리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이론은 왜 분야마다 수많은 천재가 존재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종전에는 논리‧수학적 지능인 IQ가 잠재적 역량의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언어와 음악, 신체‧운동, 공간과 인간 친화, 자기 성찰과 자연 친화, 그리고 철학적‧실존적 영역에 이르는 8가지 지능이 더해진 겁니다. 다원적으로 접근해야만 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인공지능의 시대에 아직도 대입 시험에선 여전히 IQ에 좌우되는 암기력과 논리력, 수리 능력 중심의 측정에 의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수많은 연구와 사례, 주장들이 넘쳐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고 있다는 게 일관된 결론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재는 지표의 개발은 학계에서 계속되었습니다. 코넬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인간의 세 가지 역량을 강조한 저서 <Successful Intelligence, 1997>에서 성공지능(SI)이라는 개념을 내놓았습니다. SI가 높은 사람은 분석적인 동시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성공은 분석적 지능, 창의적 지능, 실용적 지능 등 세 가지 능력이 균형 있게 발휘될 때 역량이 극대화됩니다. IQ로 평가되는 분석력, 혁신을 이끄는 창의력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 그런데 실용지능은 생소합니다. 뒤늦게 등장한 이 지능(practical intelligence, PI)의 개념은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의 저서 <Practical Intelligence, 2007>를 통해 더 구체화 되었습니다. PI가 높은 사람은 소통과 의사결정 능력이 높고, 문제 해결의 대안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호함과 복잡성을 명확히 정리해 핵심을 명확히 짚어 해법을 찾습니다. 여기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발휘되고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능력이 포함됩니다. PI는 한마디로 ‘인생에서 마주하는 도전과 위기에 대처하는 지적 능력'입니다.

image1 성공하는 인간의 능력을 재는 잣대는 또 있습니다. 감성지능지수(Emotional Intelligence, EQI)입니다. 이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조정하며, 적절히 관리하는 능력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대중적인 키워드가 된 건 1995년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골만(Daniel Goleman)의 저서 <Emotional Intelligence >가 계기였지만, 이에 앞서 1988년 이스라엘 심리학자 루벤 바온(Reuven Bar-On)이 감정적 및 사회적 역량을 측정하는 ‘EQ지수’의 개념을 개발한 이후 지표가 고도화되고 보편화되면서 오늘날 개인의 감성과 사회적 역량을 쉽게 측정하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의 EQ를 측정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간단한 例示, EQ 테스트 시작). 감정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사회적 지능인 감성(感性)은 이성(理性)과 대응되는 인간의 영역. 조직관리의 리더십으로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여 목표를 달성하는 ‘감성경영’이 한때 주목을 받았습니다. 감성에 호소하거나 우호적 감성을 이끌어 생산성을 높이려는 경영 방식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고객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마케팅으로도 확대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결핍되기 쉬운 감성을 강조하여 인간의 내재적 욕구를 끌어내는 전략. 여기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 사고가 발휘될 수 있도록하는 섬세함이 담깁니다.

성공은 단순히 좋은 환경이나 운으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지적 능력이나 학교 성적만으로는 성공의 역량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다중지능과 성공지능(SI), 실행지능(PI), 그리고 감성지능(EQ)에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인공지능만으론 어려운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공감 능력과 적응력, 자기 주도성입니다.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하는가. 흔히 2%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가릅니다. 스스로 능력과 한계를 인지하고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효율성을 높이는 메타인지 능력이 학교에선 통합니다. 그게 성적표의 우열을 가릅니다. 그러나 바깥의 세상은 다릅니다. 강의실에서 느껴지지 못했던 친구와의 2% 차이가 종종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이유입니다. 바로 감성의 영역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문제점이나 성패가 결정될 만큼 중요하고 섬세한 요소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걸 비유하는 말입니다. 쉬워 보이는 일도 제대로 해내려면 생각보다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치밀하고 철저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AI가 접근하고 판단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면 그건 더욱 가치가 있습니다. 아직도 고교 시절 학습의 프레임 속에 머물러 있는 우리 대학생들에겐 이 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Let's go invent tomorrow rather than worrying about what happened yesterday.” 스티브 잡스의 말입니다. 과거에 공부하던 건 잊으세요.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재학생 여러분, 한 학기 동안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시작되는 방학에 머리 식히면서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한 도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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