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54

작심삼일(作心三日)의 함정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특별합니다. 신입생들에겐 첫 학기가 가슴 설레는 경험일 겁니다. 어느덧 대학 첫 학기의 절반을 보낸 우리 신입생들은 입학식 때의 그 각오가 여전히 굳건한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한 학기를 마치기도 전에 야심 찬 계획의 기력과 동기의 상실을 대부분 맛보는 게 보통입니다. 새로운 출발의 설계와 실천이 다른 건 새해 첫날의 작심삼일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할 건 없습니다. 큰 꿈을 꾸기는 쉽지만, 세상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게 어려운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합니다. 단번에 성공하고 싶지만, 욕심이 꿈의 성취를 방해하고, 차원 높은 목표 달성의 조급함이 성공보다 좌절을 맛보게 합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드는 시간과 비용입니다. 일을 계획하는 과정에선 종종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실천 과정의 수많은 변수를 충분히 고려치 않고 최적의 상황을 가정하는 경향도 작용합니다.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입니다. 이 용어는 행동과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처음으로 썼습니다. 학위 논문을 앞둔 대학원생들에게 언제까지 졸업논문을 마칠 수 있는지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예측하게 하고, 실제 논문의 작성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보다도 시간이 더 걸렸던 실험 결과가 이를 입증했습니다.

성공학 연구들에선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합니다. 실패한 사람의 95%는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니라 고지를 바로 눈앞에 두고 포기한 경우입니다. 물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의 부족입니다. 비행기는 중량보다 양력이 더 커야 이륙합니다. 날개 면적과 공기 밀도, 속도와 양력계수로 결정되는 양력은 속도에 가장 많이(제곱) 영향을 받습니다. 점보여객기 B747이라면 시속 250∼300km의 속도로 1,800km 정도를 질주해야만 이륙에 필요한 양력을 얻습니다. 오래 달려도 절대 속도 이상을 얻어야만 뜨는 것처럼 성공에 이르는 것도 마찬가지. 물론 역풍이 불면 양력은 더 증가합니다. 비행기가 뜨는 것처럼 성공에 이르는 데는 그 마지막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소위 ‘활주로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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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여러분,
무언가 뜻을 이루려면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노력과 시간, 그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주변에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큰돈 번 사람만큼이나 ‘빚투’나 ‘영끌’로 큰 손해 본 사람도 많습니다. ‘기업가정신’을 구현한 기업인을 그냥 비즈니스맨이라 부르지 않고 기업가(entrepreneur)로 부르는 건 그가 불확실성에 도전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성공이 가져다주는 초과 이윤은 그래서 모험의 정당한 대가입니다. “high risk, high return.” 그게 시장경제의 균형이고 세상의 이치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게 바로 시간입니다. 되돌릴 수도, 돈 주고 살 수도 없는 이 중요한 자원을 마구 잡아먹는 것이 우리 일상에는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시간에 쫒기며 살아갑니다.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시간 부족으로 허덕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왜 다들 그렇게 시간에 쪼들릴까? 대부분 잠 깨는 순간부터 꼭 필요한 일은 물론이고 그다지 쓸데없는 활동들에도 시간을 빼앗겨서 바쁘다고 느끼는 겁니다. 시간이 없다는 건 착각입니다. 산만함과 꾸물대기가 늘 문제입니다. 일상에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활동에 쓰는 시간을 쓸모 있게 바꿔야 합니다. 이게 말과는 달리 실천이 어렵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즐거움은 당장이지만 비용은 나중에 부과되는 활동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동안 내가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조사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쓸데없는 친구와의 잡담과 게임, 넷플릭스 보기, 끊임없는 SNS 활동 등이 나를 바쁘게 하는 ‘시간 좀 벌레(time sinkers)’입니다. 이메일 작성과 무의미한 행사나 모임 참석, 영상물 몰아 보기도 더 가치 있는 활동에 쓸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갑니다. 시간 좀 벌레가 출몰하는 곳을 형광펜으로 표시하면 어디서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작심삼일의 함정에 빠지게 하는 건 성공 확률에 대한 과대평가입니다. 경영인의 33%가 자신의 실패 확률을 제로로 보며, 81%는 성공 확률을 70% 이상으로 본다는 연구(A.G. Cooper et al,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1988)가 유명합니다. 이런 예측 실패의 원인도 계획 오류입니다. 뭔가를 계획할 때 우리는 일이 원만하게 풀리리라 가정합니다. 과거에 그렇게 된 적이 없는데도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되리라 생각하고, 시간 지연이나 피로감, 산만함, 방해 따위를 전혀 예상하지 않는 겁니다. 이런 계획 오류는 어떤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과소평가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입생 여러분이 작심삼일의 함정에 빠졌더라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시행착오로 겪는 학습의 과정일 뿐입니다.

사람은 대부분 과거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큰 변화를 많이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길게는 10년 동안 별반 달라질 일이 없을 걸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행동과학적으로 볼 때 단순한 착각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향후 성취할 수 있는 업적은 과소평가하고, 반대로 과거에는 자신이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여기는 경향 때문입니다. 누구나 대단한 일을 성취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라면 세상에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과정이 없는 결과란 없습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중장기 계획과 이걸 실천하는 행동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1992년 선거에서 내걸었던 슬로건을 이렇게 바꿔봅시다. "It's the action, stupid!". 행동과학자가 집필한 시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자기계발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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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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