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의 메시지 51

전공자율선택제, 아메바 경영!



2010년 1월 19일 일본항공(JAL)으로부터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잘나가던 JAL의 부도였습니다. 1987년 대주주 없이 민영화된 이후 주인 없는 ‘국민의 기업’에 줄줄이 들어간 낙하산 인사들이 경영해 온 참담한 결과였습니다. 무사안일의 방만한 경영으로 누적된 부채를 더는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겁니다. 1951년 설립되어 전후 일본경제 부흥의 상징이었던 아시아의 대표 항공사, 한때는 세계 1위의 운송 실적도 기록했던 국적항공사의 몰락으로 일본의 자존심도 추락했습니다. 다급해진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총리는 ‘경영의 신’을 찾았습니다. 27세에 쿄세라 그룹을 창업해 2조엔 대의 대기업으로 올려놓고 KDDI를 거대 통신사로 바꿔놓은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자동차의 혼다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경영의 3대 신’으로 불리는 그는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습니다. 국가의 거듭된 부름에 77세의 그가 마침내 구원투수로 나섰습니다. 무보수로 회장직을 맡은 그는 2년 8개월 만에 회사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주식도 도쿄증시에 재상장시키고 물러났습니다. 전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1만6000명의 정리해고로 시작된 힘든 여정. 그때 ‘1,155일 간의 투쟁’은 그래서 또 하나의 신화가 되었습니다.

JAL의 극적인 회생을 통해 세간에는 ‘신의 한 수’가 하나둘씩 알려졌습니다. 아메바 경영도 그중 하나. 모든 사업 단위의 부서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이 경영 방식은 1965년 쿄세라에서 이나모리 가즈오가 처음 도입한 채산제도로 그 효과가 재차 검증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조직을 아메바라고 부르는 10명 남짓의 소집단으로 나누는 데서 출발합니다. 조직의 각 아메바는 부서 단위의 리더를 중심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 여기에선 팀원 모두가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각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받게 됩니다. 아메바 경영은 그래서 유연한 조직 구조, 직원 참여와 동기 부여, 효율적 자원 관리, 신속한 의사결정과 혁신 구조로 요약됩니다. 경영의 이론에선 늘 다루어지는 내용이니 딱히 새로울 건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걸 경영이념으로 승화시켰고 탁월한 성과를 냈다는 점이 남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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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없는 수박’을 도입한 우장춘 박사의 사위로 한국과 인연이 각별했던 이나모리 가즈오(1932~2022)


세계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아메바 경영은 국내에도 물론 알려졌습니다. 아메바 경영의 성공사례로 최근 금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메리츠금융그룹. 메리츠화재가 만년 5위의 이미지를 깨고 당기순이익 업계 3위, 메리츠증권은 매출 1억 달성과 영업이익 업계 5위에 안착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금융업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김용범 메리츠금융 대표이사는 지난달 언론인터뷰에서 향후 2, 3년 내로 당기순이익 3조 원 달성으로 ‘한국판 버크셔 해서웨이’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이 그룹의 성공 배경에는 임직원 각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영방침이 있습니다. 아메바 경영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보험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올해도 업계 최고의 성과급을 받을 거라고 합니다. 아메바 경영에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자원의 분산, 팀 간의 경쟁, 이에 따른 조정의 어려움입니다. 그러나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고,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터 크다면 그걸 택하는 게 답입니다. 경쟁적 환경에선 변화가 없는 ‘현상 유지’는 곧 퇴보입니다.

존경하는 교수님들께.
대학은 이제 경영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기업은 곧 사람이듯 교수님 한분 한분은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고 소중한 자산입니다. 교수님들의 잠재력을 구현하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5년간 100억 원 넘는 재정 투입으로 공학관과 전자관, 교양학과의 교수 연구실과 실험실의 리모델링이 마침내 완료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학생회관과 도서관, 정보화 등의 환경개선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교육의 방식과 콘텐츠의 개발 등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가 핵심과제입니다. 특성이 분명한 우리 대학은 단점보다 강점이 더 많습니다. 수급불균형의 대학교육 환경에선 웅장한 캠퍼스를 갖춘 대규모 대학보다 소규모 대학의 탄력성이 유리합니다. 작은 게 더 생산적입니다. 우리는 이제 전공자율선택제를 시작했습니다. 학생의 전공선택이 자유로운 만큼 교수는 ‘고객’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전 같지 않은 내부 경쟁과 협력의 구조입니다. 전공트랙을 함께 하는 교수님들의 팀워크가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겁니다. 우리보다 먼저 무전공입학을 시작했던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울산과기대, 광주과기대, 한동대 등의 졸업생이 남다른 경쟁력을 갖고 대학이 강해진 배경엔 무전공입학과 전공자율선택제도가 있습니다.
small is beautiful! 아메바 경영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학본부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운영, 트랙 간 갈등 해결의 조정자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번거롭고 노력이 뒤따르는 변화이지만 그게 있어야 우리 KAU가 한 단계 올라섭니다. 혁신은 대학마다 진행 중입니다. 디지털 환경의 도전을 이해하고 학교 발전을 함께 고민하시는 교수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덕분에 우리 대학은 2024학년도 성과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학은 고객 지향적인가 - 대학지성 In&Out



<총장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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