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하버드대학 최고의 강의로 수강생이 몰리는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Daniel T. Gilbert). 20여 년 동안 ‘미래의 나’ 개념을 연구해 온 그는 40여 개 언어로 출간된 <행복에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 2006)>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잘 상상할 줄 모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어떻게 해야만 행복해지는지를 잘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이런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합니다. “10년 전을 떠올려 봅시다. 현재 당신은 그때의 모습 그대로입니까?” 자신이 누구였는지, 삶이 어땠는지, 무엇에 집중했는지를 생각하면 학생들은 1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금방 깨닫습니다. 관심사가 다르고, 가치관과 환경, 집중하는 일과 목표가 모두 바뀌었고, 그땐 중요했던 일이 지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길버트 교수는 학생들에게 현재와 과거의 내가 다르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는 미래의 나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10년 후 당신은 어떨 걸로 생각합니까?” 자신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면서도 학생들은 앞으로 10년 동안은 약간만 달라질 거로 생각합니다. 이 현상을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은 앞으로 자신의 성격이 얼마나 변하게 될지를 과소평가한다. 가치관이나 개성이 잘 변하지 않는 것처럼 성격도 쉽게 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고 싫은 것들에 대해 생각을 들어보면 안다. 예컨대, 가장 친한 친구, 가고 싶은 여행지, 취미나 즐겨 듣는 음악 등 이런 질문에 대부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런 응답은 20대 청년이든 50대 중년이든 마찬가지다.”
사람은 지금의 자기 모습이 대체로 완성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진정한 나고, 앞으로도 비슷할 걸로 생각합니다. 조금은 변할지 모르지만, 현재의 내가 진짜라고 믿는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종착의 환상(end of history illusion)’이라고 합니다. 과거와는 많이 변했지만, 미래에는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 미래의 내가 현재의 모습과 같을 거라는 착각입니다. 사실, 미래가 각자의 생각처럼 되지는 않습니다(Your future self is different than you expect). 길버트 교수는 그 이유를 기억이 쉽고, 상상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대부분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러나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는 잘 상상하지 못한다. 상상이란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상상이 안 된다는 건 상상력이 부족해서다. 상상하지 않는다고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스탠포드대학의 또 다른 심리학 교수 캐롤 드웩(Carol Susan Dweck)의 설명도 맥락이 같습니다. 모티베이션 연구로 유명한 그녀는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본래 똑같은 사람이라는 믿음. 이걸 ‘고정마인드셋’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드웩 교수의 말입니다. “고정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지능이나 재능 같은 자신의 능력이 고정된 특성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대신 그런 특성에 매달려 시간을 보낸다.” 이런 사람들에겐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실패라도 일단 피하려고 합니다. 이들에겐 지금의 내가 제일입니다. “이게 나야. 이 모습이 바로 진짜 나라구.” 여기에서 잠깐, 누군가 10년 전의 당신과 대화를 나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그 사람은 완전히 다른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됩니다. 미래의 당신도 마찬가지. 그때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보아야만 미래의 나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보고, 지금의 나와 다른 목표와 관심사를 갖고,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취미를 가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심이 다릅니다. 미래의 나는 새로운 일을 학습하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보아야만 현재의 갇힌 틀에서 혼자 사고하는 걸 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변하고 발전하게 됩니다. 가슴 설레는 말입니다. 그러나 용기가 필요합니다. 바꿔야 합니다. 고정된 마인드셋에서 성장의 마인드셋으로. 그래야 배우고 성장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둡니다. 미래의 내가 달라질 거라는 희망과 힘도 생기고, 사고방식과 판단, 가치관이 변합니다. 역량은 그렇게 향상되는 겁니다. 이 사실이 학생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겁니다. 지금 나에 대한 연민과 공감, 사랑을 키워나갑시다.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미래에 희망이 없다면 지금의 삶은 의미를 잃습니다. 미래의 자신을 아는 건 그래서 강력하고 목적 있는 삶의 열쇠입니다.
“Be your future self!”
사람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대학의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합니다. 미래학자 커즈와일(Ray Kurzweil)은 AI가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싱귤레리티(Singularity)의 실현을 2045년으로 예측했습니다. 그게 자꾸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병원의 청진기가 사라진 것처럼 2030년쯤엔 새로운 ‘긱경제(gig economy)’에서 20세기엔 존재하지 않던 85%의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문명사적 전환에도 영원할 거라던 종교의 중심인 성당마저도 대부분 관광지와 레스토랑으로 변해 있을지 모릅니다. 10년 후 대학에는 교탁을 둔 강의실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대학들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30년 후면 대학 캠퍼스는 20세기가 남긴 유물이 되어 관광객들의 구경거리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가 1997년 포브스지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대학마다 혁신은 더딥니다. 10년 후 미래에 대한 상상이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무엇이 미래의 나를 위협하는가. 불확실한 미래로 고민하는 우리 대학의 재학생, 교·직원들에게 자기개발서를 소개합니다. 반복해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총장의 메시지>
-[총장의 메시지_49] 불평등의 최적화 원리, 파레토 법칙